“이스라엘, 팔 민간인 대피용 2만5000개 텐트촌 계획”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1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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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보호 필요’ 美요구 반영
라파 일대서 지상전 강행 의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남서쪽 해안에 각각 약 2만5000개의 텐트를 수용할 수 있는 15곳의 텐트촌을 건설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대피시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2일 보도했다. 이미 가자지구의 남부 거점 라파를 공격한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우려에도 라파 일대에서 지상전을 강행하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WSJ에 따르면 최근 이스라엘은 이 같은 계획을 이집트 측에 전달했다. 텐트촌과 임시 병원 설치, 텐트촌 관리 등은 이집트가 맡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텐트촌 건설 추진은 미국과 이집트의 요구를 모두 반영하는 동시에 라파 일대에서 계속 지상전을 확대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려는 행보로 풀이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그간 “민간인 보호 절차 없이 이스라엘이 라파에서 군사작전을 강행하면 안 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집트 또한 이스라엘이 라파로 진격하면 일대 피란민들이 공습을 피해 대거 가자지구와 접한 자국 국경을 넘을 것을 우려해 왔다.

다만 이스라엘군의 작전을 놓고 바이든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미 NBC 방송은 최근 바이든 대통령이 사석에서 지인들에게 네타냐후 총리를 ‘개자식(asshole)’이라고 원색적으로 비판했다고 전했다. 네타냐후 총리가 권력 유지를 위해 미국의 만류에도 전쟁을 계속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네타냐후 총리 측은 라파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가 억류했던 인질 2명을 구출했다는 점을 지상전 확대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더 많은 인질을 구출하기 위해서라도 지상전 확대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전쟁 장기화와 민간인 희생 증가로 그간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태도를 보였던 일부 서유럽 국가에서도 이스라엘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조짐이 보인다. 네덜란드 법원은 12일 자국 정부에 “F-35 전투기 관련 부품을 이스라엘에 수출하지 말라”고 명령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민간인을 상대로 벌이는 군사작전에 이 부품이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이스라엘#가자지구#텐트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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