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북부 메데진에서 납치된 몽족 미국인 코미디언 시신 발견

  • 뉴시스
  • 입력 2023년 12월 14일 08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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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 게르 시옹(50)… 몽족문화 전도사겸 사회운동가로 활동
콜롬비아 친지 방문 중 피랍…밀림지대서 11일 시신 발견

콜롬비아 당국은 지난 11일 콜롬비아 제2의 도시인 북부 메데진 시를 방문했다가 납치, 실종된 미국의 몽족 코미디언의 시신이 메데진 교외 밀림지대에서 발견되었다고 13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콜롬비아 검찰은 기자회견에서 투 게르 시옹(50)이 메데진 시에 도착한 것은 지난 11월 29일이며 12월 10일 친구를 만나러 시내에 나갔다가 납치되었다고 밝혔다.

시옹은 몇 시간 뒤에 미국의 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신이 납치되었으며 납치범들이 몸값 2000달러 (263만 8,000 원)를 주면 놓아주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메데진 검찰청의 이리 아마도 산체스 담당 팀장은 시옹의 또 다른 친구 한 명이 납치 사실을 신고했으며, 이 곳에서는 몸값을 노린 이런 납치사건은 흔히 있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산체스 검사는 “이번의 사망자는 전형적인 납치 살해사건의 희생자”라고 밝히고 납치범들은 몸값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미국 미네소타주 우드베리 교외의 세인트폴에 살고 있는 시옹은 코미디언, 이야기꾼, 연예인, 사회정의 운동가로 널리 알려져 있다. 주로 고국 라오스와 아시아 지역에 퍼져 살고 있는 몽족의 고유문화와 자기 가족이 이민 경험을 만담을 섞어 이야기 하며 춤과 노래, 강연으로 미 전국의 몽족 사회를 하나로 연결하는 운동에 헌신해왔다.

그는 가족의 11형제 중 한 명으로 “ 다문화간의 교량 역할을 하는데 평생을 바쳤고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약자들을 대변하면서 사회정의의 실현을 꿈꾸었던 사회운동가였다”고 그의 남동생은 말했다.

올해 콜롬비아에서 납치된 사람들은 253명에 이르며 시옹을 포함한 미국인 3명이 최근에 살해 당했다고 콜롬비아 언론들은 보도했다.

미네소타의 KARE-TV가 가족을 인터뷰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시옹은 자주 콜롬비아를 왕래하다가 이번에 납치 당했다. 동생 에흐 시옹은 일요일인 10일 밤 몸값 2000달러를 보내 달라는 형의 전화를 들은 게 마지막 통화였다고 말했다.

그는 13일 AP통신에 보낸 이메일에서 형의 시신을 미네소타 집으로 운구해 오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고 전했다.

미 국무부 공보실은 “미국 정부는 이 가족에게 모든 필요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AP통신에 밝혔지만 그 내용이 무엇인지는 설명하지 않았다.

라오스에서 1973년에 태어난 시옹은 1975년 공산정권이 들어선뒤 일가족과 함께 태국으로 망명했다. 부친이 미군과 연계된 몽족 부대에서 대위로 복무했기 때문이다.

이 가족은 태국의 난민 수용소에서 4년간 지내다가 미국 최대의 몽족 거주지가 있는 미네소타주의 세인트 폴로 이민을 온 것으로 확인되었다.

훔볼트 고교와 노스필드 소재 명문 문리대 칼트 칼리지를 졸업한 그는 2015년부터 미네소타주에서몽족의 첫 미네소타 정착 40주년을 기념하는 ‘몽족 미네소타 데이’를 창설하고 주정부가 주관하는 연례 문화제 행사를 시작했다.

미 인구통계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현재 9만5000명의 몽족 주민들이 살고 있다.

멜빈 카터 세인트폴 시장은 13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시옹에 대한 애도를 표하고 “너무도 충만한 활동가를 이처럼 갑자기 무자비하게 빼앗겼다”며 여러 차례의 글을 올렸다.

“그는 가장 웃기는 코미디언이면서 가장 진지한 인물이었다. 지역사회 지도자, 이야기꾼, 최초의 몽족 래퍼, 모든 장르의 음악에 정통한 최고의 가수, 주변의 모든 사람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타고난 엔터테이너였다”고 그는 회고했다.

몽족 최초의 지방의원으로 선출된 미네소타주의회의 미 모우아 전 상원의원은 숑이 몽족 문화와 미국의 다른 문화 사이에 교량 역할을 하면서 토속문화를 알리고 몽족 사람들이 스스로 재능이 있고 가치 있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만들어 주었다고 회고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 종족의 뿌리를 알려주고 문화적 자부심을 전달하는 행사를 왕성하게 해왔던 그는 많은 노래와 춤으로 지역사회에 잊을 수 없는 유산과 추억을 남기고 갔다고 그는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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