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동판 오픈AI’ 제재 검토… “中으로 첨단기술 유출 차단”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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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중동 핵심 안보파트너 UAE
화웨이 등 中기업들과 ‘기술 밀착’
백악관-CIA “美中 중에 선택하라”
中과 ‘AI 협력에 단호 대처’ 경고

‘중동의 오픈AI’로 불리는 아랍에미리트(UAE) 대표 인공지능(AI) 기업 G42가 미국 정보당국 감시망에 올랐다. 중국에 대한 AI용 반도체 수출을 규제하고 있는 미국은 이 기업을 통해 첨단 AI 기술이 중국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7일(현지 시간) 미 뉴욕타임스(NYT)는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윌리엄 번스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G42와 관련해 UAE에 중국과의 기술 협력 문제를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G42 제재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한다. 중동 안보를 위한 미국 핵심 파트너인 UAE가 미래 성장동력을 찾기 위해 세운 대표 기업일지라도 중국과의 AI 협력에는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 UAE-中 첨단기술 밀착에 경고음


2018년 UAE 아부다비 정부가 설립하고 국부펀드 무바달라가 주주로 참여한 G42는 AI뿐 아니라 클라우드, 에너지, 스마트시티, 건강관리 같은 미래 첨단산업 계열사들을 거느린 UAE 간판 기업이다.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UAE 대통령의 친동생 타눈 빈 자이드 알 나하얀 국가안보보좌관이 의장이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계 샤오펑이 맡고 있다. 1조 달러(약 1300조 원)를 굴리는 UAE 최대 국부펀드 아부다비투자청(ADIA)을 이끄는 타눈 보좌관은 UAE 오일머니의 실질 관리자로 꼽힌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지난달 G42와의 파트너십 계약을 위해 UAE를 찾기도 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델타 같은 미 빅테크와 제휴할 뿐 아니라 최근에는 AI용 반도체 스타트업 세레브라스시스템스와 1억 달러 규모의 슈퍼컴퓨터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문제는 G42와 중국의 관계가 점점 밀착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2020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때 중국 시노팜 백신을 적극 도입한 UAE는 이듬해 G42와 시노팜의 파트너십을 독려했다. UAE 현지에서 백신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미국은 G42의 AI 인프라 구축에 미 제재를 받고 있는 중국 기업 화웨이가 도움을 준 것으로 보고 있다고 NYT는 전했다. 샤오 CEO는 UAE 시민권을 얻기 위해 미국 시민권을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G42 투자 자회사는 올 3월 틱톡 모회사인 중국 바이트댄스의 1억 달러 규모 지분을 인수하고, 무바달라는 세계 3위 반도체 파운드리(위탁생산) 기업 미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하는 등 테크 분야 투자를 늘리며 미국의 우려를 샀다.

● 백악관-CIA “美中 가운데 선택하라”


미국의 첨단 AI 기술이 중국에 유출돼 미래 무기에 활용될 가능성 등을 우려해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을 추진하는 조 바이든 행정부는 UAE 정부를 압박하고 나섰다.

NYT는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설리번 보좌관이 올 6월 미국을 방문한 타눈 보좌관에게 “G42는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NYT에 “UAE는 미중 가운데 한쪽만 선택해야 한다”며 바이든 행정부가 G42 제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0년 G42가 중국 바이오 회사 BGI게노믹스와 함께 만든 코로나19 검사 키트를 미 네바다주에 기부했을 때도 당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수백만 미국인의 유전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이유로 배포를 막았다. 미 상무부는 BGI게노믹스를 올 3월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이 같은 G42의 약진 및 중국과의 협력은 미국 핵심 안보 파트너이면서도 미국에서 벗어나 석유산업 이외의 미래 먹거리를 찾으려는 중동 지역 변화를 나타낸다는 해석도 나온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와 UAE가 AI용 반도체 설계업체 엔비디아의 큰손 고객이 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지난달 미중 정상회담에서 AI 위험성 공동 대응에는 합의했지만 양국 ‘AI 냉전’에는 변함이 없다”고 평가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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