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타냐후 “전쟁후 가자 안보 무기한 책임”… 일시적 점령 시사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8일 03시 00분


코멘트

美 “교전 일시중단 논의” 발표 직후
이는 점령 구상 내비치며 엇박자
점령 통치-서안식 안보 등 해석 분분
팔 “언제든 反이 활동가 가두려는 것”

7일(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전반적인 안보를 무기한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ABC뉴스 X(옛 트위터)
7일(현지 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미국 ABC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향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의 전반적인 안보를 무기한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출처 ABC뉴스 X(옛 트위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현지 시간) “(전쟁 이후)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해 전반적인 안보를 무기한 책임질 것”이라고 말했다. ‘안보 책임’이 무엇을 뜻하는지는 불분명하지만 과도기적 점령에 이어 ‘포스트 하마스’ 통치 체제에서까지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재점령은 실수”라며 주변 중동 국가를 자극하지 않게 애써 왔던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태도와도 결이 다르다. 특히 양 정상이 통화에서 ‘일시적 교전 중단’을 논의했다는 백악관 발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양국이 엇박자를 드러낸 모양새가 됐다.

● “이스라엘군 제한 없는 작전 가능해야”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이날 미 ABC뉴스 인터뷰에서 ‘전쟁이 끝나면 누가 가자지구를 통치해야 하는가’를 묻자 나왔다. 그는 “하마스의 길을 계속 따르길 원치 않는 사람들이 통치해야 한다”면서 “이스라엘이 무기한으로 전반적인 안보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에게) 안보 책임이 없을 때 상상할 수 없는 규모의 하마스 테러가 분출한 것을 목도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스라엘 고위 당국자들이 그간 가자지구 재점령에 뜻이 없다면서도 익명으로 ‘가자지구 안보 책임’을 언급하기는 했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가 이를 공식화한 것은 처음이다.

이스라엘군은 7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본거지이자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포위한 뒤 침투를 본격화했다. 이스라엘군 텔레그램
이스라엘군은 7일(현지 시간)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본거지이자 가자지구 최대 도시인 가자시티를 포위한 뒤 침투를 본격화했다. 이스라엘군 텔레그램
네타냐후 총리는 안보 책임 정도가 어디까지인지는 세부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에 1967년 ‘6일 전쟁’ 때처럼 점령해서 직접 통치하겠다는 것인지, 아니면 현재 팔레스타인자치정부(PA)가 통치하는 요르단강 서안지구 일부 지역 안보를 사실상 이스라엘군이 맡는 것 같은 형식인지 해석이 분분했다. 외신에서도 가자지구에 대한 ‘지속적인 통제력 유지’(AP), ‘일종의 점령’(BBC) 계획을 밝힌 것이라고 표현했다.

분명한 것은 중동전쟁 이후 가자지구 새 통치 체제가 결정될 때까지 과도기적 점령 의지를 드러냈다는 점이다. 특히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이날 의회 특별청문회에서 “전쟁 후 주요 목표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제한 없는 작전 수행을 보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새 통치 체계가 수립되더라도 이스라엘 안보에 위협이 된다면 언제든 가자지구 내에서 작전을 펼 수 있는 여건을 갖추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팔레스타인계 정치 분석가 누르 오데는 알자지라에 “이스라엘이 현재 서안지구에서처럼 원할 때 마음대로 습격해 반이스라엘 활동가를 구금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고 말했다.

● ‘두 국가 해법’ 역행? 아랍국 자극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이 바이든 대통령이 강조해온 ‘두 국가 해법’ 구상에 역행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바이든 행정부는 최근 가자지구 치안 공백을 메우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군을 주축으로 한 다국적 평화유지군 투입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의 발언은 바이든 대통령에 대한 반박”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이 발언은 주변 아랍국의 신경을 건드릴 확률이 높은 데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지난 주말 중동을 분주히 돌며 확전 억지를 위해 애쓴 뒤에 나온 것이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인터뷰에서 “구호품 유입과 인질 석방을 위해 여기서 한 시간, 저기서 한 시간 정도 전술적 일시 교전 중단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일시적 교전 중단 가능성을 공식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이슬람권 최대 국제기구 이슬람협력기구(OIC)는 6일 성명을 내고 “팔레스타인 국민에 대한 이스라엘의 잔인한 침략을 논의할 것”이라며 12일 의장국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특별정상회의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윤다빈 기자 empty@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베냐민 네타냐후#가자지구#안보 무기한 책임#일시적 점령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