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장이 연병장으로”…러시아, 7살 소년까지 군사훈련 동원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25일 15시 18분


코멘트

7~8세 어린이, 제복 입고 행진…모조 무기도 들어
'애국 동아리' 활성화…군사 교육, 역사 미화 등도

20개월 가까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이어가고 있는 러시아가 유치원생도 군사 훈련에 동원하고 있다고 미국 CNN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NN에 따르면 러시아는 전국 학교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군사 훈련을 진행하는 등 전쟁 교육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NN이 러시아 지역 및 소셜미디어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7~8세 어린이들조차 기본적인 군사 훈련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벨고로드에선 지난 7월 어린이들이 스스로 암호를 만들고 자동무기 사용, 기관총 조립, 장애물 통과 등이 포함된 군사 훈련에 동원됐다.

뱌체슬라프 글라드코프 벨고로드 주지사는 학생과 심지어 미취학 아동을 대상으로 정기 훈련을 실시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러시아 동남부 크라스노다르에선 지난 5월 7~8세 어린이 수십명이 육·해군 제복을 입고 행진했고, 일부는 모조 자동무기를 들고 있었다.

모스크바 북부 볼로그다에선 한 어린아이가 행진에서 “사령관님, 준비됐습니다”라며 경례하기도 했다. 아조우해 예이스크에서도 미취학 아동들이 구호를 외치며 국경수비대 행진을 이끄는 모습이 포착했다.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한 교육도 한창이다.

세르게이 크라프초프 러시아 교육부 장관은 최근 러시아 학교와 대학에서 소위 ‘애국 군대’ 동아리 약 1만개가 활동 중이며, 25만명이 참여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와 함께 러시아 교육부는 군사·애국 관련 수업을 필수 과정으로 두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조국 안보와 국방의 기초’ 수업을 필수 과목으로 도입하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다.

러시아 독립 매체 ‘아이덴티티 스토리’가 입수한 교육부 문건에 따르면 “군복 미학, 군사 의식, 전투 전통에 대한 이해와 수용”을 심어주기 위한 프로그램이 현재 시범 운영 중으로, 2024년 전면 도입될 예정이다.

역사 교과서를 통한 전쟁 미화도 진행 중이다. 표준 교과서인 ‘러시아 역사’에선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다리가 표지에 등장하고, 우크라이나 현대사도 러시아 역사에 편입됐다. ‘나치즘 부활’, ‘우크라이나의 신나치주의’ 등 목차도 있었다.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신나치의 대량 학살로부터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특수 임무”라고 포장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공개적으로 핵무기 획득을 선언했으며, 서방의 대러 제재가 러시아 경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목적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방부는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실탄 사용법을 훈련시키겠다고 발표했으며, 세르게이 쇼이구 국방부 장관은 직접 소아 환자 지원 재단을 통해 아이들을 군사 행사에 동원하기도 했다.

군인들을 위한 바느질 교육과 편지 쓰기 캠페인 등도 진행하고 있다.

이같은 활동에 대해 CNN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공립학교의 군사화는 자발적인 애국심 급증이 아닌, 중앙 정부에 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