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불참-펜스 조건미달에 내달 공화당 대선후보 ‘반쪽 토론회’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7월 25일 16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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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3일 열리는 미국 공화당의 첫 대선후보 토론회가 약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여전히 불참 의지를 보이고, 한 때 미국의 2인자였던 마이크 펜스 전 부통령은 토론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참여가 불투명해 ‘반쪽 토론회’ 우려가 나오고 있다.

24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8월 23일 북부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공화당 대선후보 첫 토론회 참가 자격을 얻은 후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 팀 스콧 상원의원, 기업가 비벡 라마스와미 등 6명이다. 폭스뉴스가 주최하는 이 토론회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종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서약, 20개주에서 최소 200명씩 4만 명의 기부자 확보, 이번달 1일부터 토론 전까지 전국 단위 여론조사 3곳에서 최소 1% 이상 지지율 확보 등의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건은 모두 충족했지만 토론회에 참여할 경우 집중 공격 대상이 될 것을 우려해 계속 불참 의지를 보이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로널드 레이건도 토론회에 참여하지 않았고 다른 많은 후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지지율에서 크게 앞서고 있으면 (토론회에 참여)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1·6 의회난입 사태로 세 번째 기소 위기에 처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종 공화당 대선 후보에 대한 지지’ 서약 조항에도 불만을 표하고 있다.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CAPS)와 여론조사기관 해리스폴이 24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유권자 2068명 중 55%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의회난입 사태로 기소되면 공화당 경선에서 사퇴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여기에 2년여 전까지만 해도 트럼프 전 대통령 아래 미국 서열 2위였던 펜스 전 부통령은 기부자 4만 명을 확보하지 못해 토론회 참여에 빨간불이 켜졌다. 펜스 전 부통령은 19일 뉴햄프셔주 유세에서 “단 1달러라도 도움이 되니 온라인으로라도 보내달라”고 호소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펜스의 어려움은 자신이 4년 몸담은 트럼프 행정부의 업적을 홍보하면서도 트럼프를 비판하며 트럼프에게서 벗어나야 하는 점”이라고 분석했다. 펜스 전 부통령은 지난달 대권 도전을 선언한 뒤 1·6 의회 난입 사태에 대해 트럼프 책임론을 제기하는 등 차별화를 시도해왔다. 하지만 이 때문에 공화당 강성 지지층에게는 지지를 받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항마로 줄곧 지지율 2위를 달렸던 디샌티스 주지사는 토론 조건은 충족했지만 노예제도를 옹호하는 듯한 발언 등 극우 전략에 후원이 끊기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정치컨설팅 업체 카플란이 20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라마스와미 후보와 12%의 동등한 지지를 받으며 굳건했던 2위 자리까지 내줄 수 있는 상황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공화당 거액 후원자인 케네스 그리핀 시타델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디샌티스 주지사 정책에 불만을 드러내며 후원 중단을 암시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엄격한 토론 참여 규칙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불참 가능성으로 한 달 남은 첫 토론회가 혼돈의 상태”라고 현 상황을 분석했다.



박효목 기자 tree624@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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