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산불 덮친 그리스…휴양지섬 주민·관광객 3만여명 대피

  • 뉴스1
  • 입력 2023년 7월 25일 10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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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산불이 덮친 그리스 휴양지섬 곳곳에서 주말 사이 주민과 관광객 3만2500여명이 대피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스 남동부 로도스섬에서 시작된 산불은 45도를 웃도는 폭염에 강풍까지 이어지면서 좀처럼 잡힐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여기에 더해 서부 코르푸섬과 수도 아테네 동부 에비아섬에서도 산불이 발생해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

AFP 통신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그리스 소방청은 코르푸섬 북부 17개 해안마을에서 이틀간 약 2500명이 대피했다고 밝혔다. 코르푸섬의 불길은 진화되고 있지만 이날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에비아섬에서 화재가 발생해 해당 지역에 대피령이 떨어진 상태다.

피해가 가장 심각한 곳은 로도스섬으로 지난 18일 발생한 산불이 해안가로 번지면서 주말 동안 약 3만명이 섬을 떠나야 했다. 산불 대피 인원으로는 그리스 역사상 최대 규모다. 로도스섬은 지난해 25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한 그리스 대표 휴양지다. 이날 유럽 최대 여행사 TUI는 오는 28일까지 로도스섬 입도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리스 정부는 이날 산불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총리는 의회 연설을 통해 “산불이 모두를 괴롭히고 있다. 우린 현재 전쟁을 치르고 있으며 화재 진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면서 “고온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앞으로 사흘간 녹록지 않은 날들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경고했다.

바실리스 키킬리아스 기후위기·시민보호부 장관은 자국 소방대원들이 12일 연속으로 전국에서 500여건의 진화 작업에 투입됐다고 밝혔다. 산불로 이날 예정된 그리스 군정종식을 기념하는 정부 행사는 취소됐다. 키프로스, 프랑스, 이스라엘, 이탈리아는 지원한 소방헬기도 진화 작업에 동참했다.

여름휴가를 맞아 그리스 휴양지를 방문한 관광객들은 산불을 피해 서둘러 귀국길에 올랐지만 버스 터미널과 항구, 공항에 사람이 몰리면서 대중교통 이용에 큰 불편을 겪었다. 9살 아들과 아내와 함께 로도스섬을 떠난 독일인 관광객 다니엘 클라우딘 슈미트(42)는 “대기 인원만 수천명에 달해 도저히 버스를 탈 수 없어 두시간 이상 걸어갔다. 매운 연기에 숨을 쉴 수 없어 얼굴을 가려야 했다”고 AFP에 말했다.

또 다른 독일인 관광객 레나 슈바르츠(38·여)는 “로도스섬의 화염을 피하기 위해 모든 짐을 들고 10㎞를 걸어야 했다”면서 “당시 바깥 기온은 42도였다”고 전했다. 옥사나 네브(50·여)도 “끝까지 호텔에 머물렀는데 사방에서 불이 나는 바람에 결국 해변으로 내달렸다”면서 “여행 가방을 포기하고 대피했다”고 했다. 그리스 경찰은 로도스섬에서 주말 동안 1만6000명은 육로로, 3000명은 해상으로 이송했지만 나머지 인원들은 개별 교통수단을 이용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45도를 웃돌던 그리스의 불볕 더위는 이날 한풀 꺾였지만 25일과 26일에는 또 한차례 기온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로도스섬에 내려진 최고 등급의 화재 경보는 25일에도 유지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화석연료 사용에 따른 기후위기와 엘리뇨의 영향으로 올여름 그리스가 45도를 웃도는 폭염을 경험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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