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탄 테러범 된 수학천재 ‘유너보머’, 수감 중 사망[사람, 세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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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 하버드 입학-25세 수학박사
교수직 버리고 오두막 은둔생활
16차례 소포 폭탄테러 26명 사상
NYT “감옥서 극단적 선택한 듯”

1996년 4월 미국 몬태나주 헬레나에서 연방 요원들에게 체포된 ‘유너보머’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모습.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그는 1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교도소에서 숨졌다. 헬레나=AP 뉴시스
1996년 4월 미국 몬태나주 헬레나에서 연방 요원들에게 체포된 ‘유너보머’ 시어도어 카진스키의 모습.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그는 1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교도소에서 숨졌다. 헬레나=AP 뉴시스
1978∼1995년 과학기술 종사자 등을 대상으로 16차례 소포 폭탄 테러를 벌인 미국의 반(反)문명 테러리스트 ‘유너보머(Unabomber)’, 시어도어 카진스키(81)가 숨졌다.

10일 미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미 연방교도국 대변인은 이날 “카진스키가 노스캐롤라이나주 버트너 연방교도소병원 자신의 병실에서 의식이 없는 채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사인은 발표되지 않았다. NYT는 병원 관계자들을 인용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지능지수(IQ) 167로 중고교를 세 차례 월반하며 16세에 하버드대에 입학한 카진스키는 25세에 미시간대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고 1967년 버클리 캘리포니아대 조교수가 됐다. 하지만 1969년 교수직을 내던지고 1971년 몬태나주 블랙풋 강가에 오두막을 지어 전기 수도 전화도 없이 은둔생활을 했다.

그는 1978년 일리노이주 노스웨스턴대에 보낸 나무상자 소포 폭탄을 시작으로 16차례 폭탄 테러를 일으켜 3명이 죽고 23명이 다쳤다. 부상자 중 여럿은 손가락이 잘리는 등 평생 장애가 남았다. 못과 면도날을 넣은 조악한 파이프폭탄을 쓰다가 복잡한 배선과 정교한 기폭장치가 있는 폭탄을 사용해 결국 1985년 12월 컴퓨터 판매상이 희생됐다.

특별수사팀을 결성한 미 연방수사국(FBI)은 초기 목표물이 대학과 항공사라는 데 착안해 대학(University), 항공사(Airline), 폭탄테러범(Bomber)을 합쳐 암호명 유너보머로 불렀다.

그는 1995년 3만5000단어짜리 선언문 ‘산업사회와 그 미래’를 NYT와 WP에 보내 빠짐없이 실어주면 사람은 해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선언문 게재를 놓고 거센 사회적 논쟁이 일었으나 두 신문은 그대로 실었다. 이 글에서 그는 과학기술이 끼치는 환경 손상과 소외 효과가 너무 심해 현대 삶의 사회적, 산업적 기반은 파괴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선언문에서 형의 문체와 평소 주장을 알아본 동생 데이비드가 FBI에 제보하면서 꼬리가 밟혔다. 1996년 4월 오두막에서 체포돼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고 경비가 최상급으로 삼엄한 콜로라도주 교도소에 수감됐다. 2010년대 들어 온라인에서 일부 젊은이들은 그를 기술 발전 폐해와 환경의 중요성을 설파한 예언가로 여기며 떠받들기도 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사람세계#유너바머#사망#미국#테러#교도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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