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VB 사태’ 진화단계에 있지만…美 은행 ‘슬로우 모션’ 연쇄 파산 경계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3월 30일 15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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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저축대부조합 도미노 파산 재현 우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가 진화 단계에 들어서며 최악의 고비는 지나가고 있지만 미국 중소형 은행을 중심으로 ‘슬로우 모션’ 연쇄 파산 우려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위기는 순식간에 들이닥치지만 슬로우 모션 위기는 서서히 시스템이 무너지며 경기침체로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은행들이 잠재적 뱅크런에 대비해 시장에 자금 공급을 줄여 결국 경기침체를 앞당길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29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슬로우 모션 위기를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하며 “향후 몇 년간 은행 상당수가 영업을 축소하거나 다른 회사에 인수 합병돼 신용 공급이 줄어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40여 년 전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 1980∼1994년 미국에서 3000여 곳의 저축대부조합(S&L)이 문을 닫거나 구제금융을 받은 ‘S&L 사태’가 재현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당시 S&L은 저금리 고정 장기 주택담보대출을 단기 예금으로 충당하다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으며 무너졌다.

또한 지속적인 금리 인상으로 미 예금주들이 이자율에 민감해지며 예금을 자주 옮기고 있고, 예금 안정성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대마불사’인 대형은행으로 쏠리는 현상이 나타나 중소형 은행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에 따르면 3월 둘째 주 중소형 은행에서 1200억 달러(156조 원)의 예금이 빠져나가고 대형 은행들에 660억 달러(86조 원)가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이날 블룸버그통신은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은행 실패로 약 230억 달러(30조 원) 비용을 치르게 돼 대형 은행에 특별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뉴욕=김현수 특파원 kim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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