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은 우크라로, 中외교는 러로…전쟁 1주년 앞두고 신냉전 구도 선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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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을 앞두고 미국과 중국이 각각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방문하며 ‘신냉전’의 지정학적 분열도 선명해지고 있다. 최근 이른바 ‘정찰 풍선’으로 고조된 미중 갈등이 진정되지 않은 상태인 만큼, 일각에서는 현 상황을 냉전시대 최고 위기인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예고 없이 우크라이나를 방문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며 5억 달러(약 6500억원) 규모의 추가 군사 지원안을 발표했다.

이와 함께 ‘중국 외교사령탑’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중앙정치국 위원의 러시아 방문이 임박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국 관영 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에 따르면 왕 주임은 유럽 순방 마지막 일정으로 러시아를 방문할 예정이다. 왕 주임의 이번 러시아 방문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러 초석을 다지기 위해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바이든의 우크라 방문에 이어 中, 러시아에 무기 지원 가능성…치솟는 긴장감

이들의 방문을 두고 미국과 중·러 간 신냉전 구도가 본격적으로 가속화될 것이라는 데 무게가 실린다. CNN은 “잔혹한 전쟁 1주년을 불과 며칠 앞둔 두 차례의 여행은 세계 두 초강대국 사이의 지정학적 단층선이 날카로워지고 있음을 강조한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역시 ‘바이든의 예고 없는 키이우 방문은 푸틴과의 직접적인 경쟁이 증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예고편’이라는 제하 기사에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권력과 영토 주권의 원칙, 그리고 서구가 설계한 세계 질서가 러시아와 중국의 새로운 도전에서 살아남을 것인지에 관한 것”이라며 “직접적인 전투 외에 모든 것에 관여하고 있는 두 명의 냉전 전사 사이의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은 러시아 측의 반발감을 살 것이라는 데 이견은 없다. 미 싱크탱크 애틀랜틱 카운슬의 올레흐 샴슈르 전 미국 주재 우크라이나 대사는 “바이든의 방문은 이미 대다수의 러시아인에게 잘 배어 있는 쇼비니즘과 반미적 적대감의 감정을 더욱 강하게 부채질하는 데 사용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전했다.

중국의 관영매체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도 전문가들을 인용해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방문은 러시아의 보다 공격적인 반응을 촉발할 수 있는 ‘비합리적이고 이기적인 방문’이라고 평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방문이 지금까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겉으로는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온 중국의 러시아 밀착 행보를 노골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미·중이 ‘정찰 풍선’ 문제를 두고 얼굴을 붉혀온 데 이어 지난 18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중국의 러시아 무기 지원 문제를 두고 재차 맞붙으면서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CBS와의 인터뷰에서 왕 주임과 만나 “중국이 러시아에 살상 무기를 지원할 가능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며 “중국 기업은 러시아에 비살상적 지원을 제공해왔는데, 우리의 우려는 중국이 이제 무기 지원을 고려하고 있다는 정보에 근거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중국은 전쟁터에 무기를 제공해온 건 다름 아닌 미국이라고 반박했다. 중국 외교부는 “미국이 책임을 떠넘기고, 거짓 정보를 퍼뜨린다”며 “전장에 꾸준히 무기를 공급하는 것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이고, 미국이 중·러 관계에 대해 지시하거나 강압적으로 압박하는 것을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왕 주임은 미국이 전쟁으로부터 이익을 챙겨왔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우리는 불에 연료를 추가하지 않으며, 이 위기(전쟁)로부터 이익을 거두는 것에 반대한다”고 미국을 겨냥하는 발언을 쏟아냈다.

이어 “일부 세력은 평화 회담이 실현되는 것을 원하지 않을 수 있다”며 “그들은 우크라이나인의 삶과 죽음이나 유럽의 피해에 관심이 없다. 그들은 우크라이나 전체보다 더 큰 전략적 목표를 가질 수 있다. 이 전쟁이 계속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냉전시기 최고 위기인 ‘쿠바 미사일 위기’와 비교…“쿠바 사태보다 더 나쁠수도”

미국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미·중 갈등뿐만 아니라 ‘신냉전’ 구도도 예측할 수 없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NYT는 현 상황을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에 비유하기도 했다. 매체는 “바이든은 감시, 기술, 중국의 군비 증강 및 대만 문제와 관련해 시진핑과 대립하고 있다”면서도 “그러나 푸틴과의 대결은 더욱 직접적이고 본능적이며 아마도 케네디와 후르쇼프 이후 초강대국 지도자들 사이의 가장 개인적인 대결일 것”이라고 전했다.

쿠바 미사일 위기는 1962년 10월16일 시작해 열흘 넘게 이어진 미국과 소련 간 핵전쟁 위기를 말한다. 당시 소련은 미국 플로리다 반도 끝에서 불과 230㎞ 떨어진 쿠바에서 공산주의 혁명이 성공한 것을 계기로, 쿠바와 동맹을 맺고 쿠바에 중거리 탄도미사일 기지를 건설하려고 했다.

이는 사실상 미국 본토를 겨냥하겠다는 것과 다름없었기 때문에 미국은 크게 반발하고 나섰다. 미국 내에서도 미국이 먼저 핵무기를 이용해 소련을 공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에 케네디 대통령은 해상을 봉쇄해 핵미사일을 싣고 쿠바로 향하던 소련 함대를 막아섰고, 소련이 핵미사일 기지 철거와 파괴에 응하지 않으면 전면전쟁도 불사하겠다는 등 강경한 태도로 대응했다.

한발 물러선 흐루쇼프 서기장은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건설하지 않기로 하고 핵미사일도 도로 철수했다. 대신 소련과 국경을 접한 튀르키예(터키)의 미국 미사일 기지 철수를 제안했고, 10월26일 미국이 이 제안을 수락하면서 쿠바 사태는 일단락됐다.

다만 NYT는 쿠바 미사일 사태보다 현 상황을 더욱 비관적으로 내다봤다. 매체는 “그들(케네디-흐루쇼프)은 궁극적으로 하나의 해결책을 찾았다”며 “바이든의 집권 초기만 하더라도 바이든과 푸틴 간에도 그런 관계가 가능해 보였다. 그러나 지난해 2월 이후 그들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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