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식받은 손’ 덕분에 아내 위한 심폐소생 해줄 수 있었던 남편

  • 뉴시스
  • 입력 2022년 12월 27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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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에게 심장마비가 찾아왔을 때 그녀를 구한 것은 남편의 손이 아니었다. 남편이 이식수술을 통해 단 ‘기증자 남성의 손’은 10분간의 심폐소생술을 거뜬히 해내며 소중한 생명을 구했다.

영국 BBC, 데일리미러 등은 25일(현지시간) 10년 전 영국인 최초로 ‘손 이식 수술’을 받은 마크 케이힐(61)에 대해 보도했다. 마크는 당시 통풍으로 인해 오른손을 절단해야만 했으며, 이후 절단면에서 환상통을 느끼거나 운전, 식사 등의 일상생활에서 수많은 제약을 겪으며 우울감을 호소했다.

다행히도, 영국 유일 ‘손 이식 수술’ 집도 병원인 리즈 종합병원은 병원이 기증받은 손 중의 하나가 마크와의 적합성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했다. 마크는 당장 손 이식 수술을 받았다. 수면마취에서 깨어난 마크는 무의식적으로 오른손가락을 까딱이려 했고, 손가락 끝에 미세한 감각이 있다는 사실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후 이식된 오른손이 완전히 자리를 잡기까지는 긴 재활과 물리치료가 필요했지만, 마크는 이 모든 과정을 이겨내고 새로운 손과 함께 새 인생을 살 수 있게 됐다. 마크는 당시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부탁해야만 했던 지난날은 너무나 힘들었다. 이제는 오른손으로 혼자서 운전을 할 수 있게 된 것이 무엇보다 기쁘다”라고 밝혔다.

마크의 새 오른손은 비단 마크의 삶만 구원한 것이 아니었다. 손을 이식받은 지 4년이 흐른 2016년, 마크의 아내 실비아가 심장마비를 일으켰다. 실비아의 바로 곁에 있던 마크는 이식받은 오른손을 덕에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고 10분간의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수 있었다. 마크의 응급조치 이후 구급대원들이 도착했고, 실비아 역시 마크의 새 오른손 덕에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이렇듯 수많은 생명을 직·간접적으로 구할 수 있는 것이 ‘손 이식 수술’이지만, 마크의 사례 이후 10년이 지난 2022년에도 적합한 손 기증자의 숫자는 매우 적은 편이다. 극소수의 기증자만이 손을 기증할 뿐 아니라, 어렵게 기증받은 손이 환자의 면역체계·신체 구조와 적합해야 하며, 환자 본인 역시 심리적인 거부감 없이 손을 받아들여야 이식이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까다로운 조건으로 인해 패혈증 등으로 인해 손을 절단한 개별 환자에 맞는 적합한 손을 제때 찾아내는 것은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이 때문에 손은 장기 기증자 등록부에서 선택할 수 없는 신체 부위이기도 하다.

10년 동안 별 탈 없이 새로운 손에 잘 적응한 마크는 자신과 아내에게 새로운 삶을 찾아준 의료진을 다시 한번 찾아 깊은 감사의 뜻을 전하며, 더 많은 이들이 여러 생명을 구원할 수 있는 ‘손 기증’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줄 것을 부탁했다.

한편, 리즈 종합병원은 아직까지 상용화 전인 아이들을 위한 손 이식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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