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청년들 “장쩌민 추모” 거리로… 시위대 “재결집 계기로”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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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반정부 시위속 장쩌민 사망]
현수막 든 수백명 도로 양쪽 늘어서… SNS엔 “시위대 재결집 동력될수도”
유해, 시진핑 마중속 베이징 도착… 中당국, 추모 분위기속 習비판 촉각

장쩌민(江澤民·사진) 전 중국 국가주석의 사망 하루 만인 1일 장 전 주석 추모를 이유로 상하이 도심 거리에 젊은이들이 몰려나온 사진이 중국의 반(反)정부 시위 상황을 공유해온 텔레그램 채팅방에 공개됐다.

“선배님 편히 잠드십시오” 현수막 든 中 청년들 1일 중국 상하이에서 젊은이들이 거리에 쭉 늘어서 전날 사망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추모하고 있다고 텔레그램에 공유된 사진. 장 전 주석이 나온 상하이교통대 학생들로 보이는 이들은 흰 국화와 함께 
‘선배님, 편히 잠드십시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었다. 다른 곳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이 도로 한가운데에 일렬로 서 ‘장쩌민 
동지는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아래쪽 사진). 사진 출처 텔레그램
“선배님 편히 잠드십시오” 현수막 든 中 청년들 1일 중국 상하이에서 젊은이들이 거리에 쭉 늘어서 전날 사망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을 추모하고 있다고 텔레그램에 공유된 사진. 장 전 주석이 나온 상하이교통대 학생들로 보이는 이들은 흰 국화와 함께 ‘선배님, 편히 잠드십시오’라고 쓰인 현수막을 들었다. 다른 곳에서는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이 도로 한가운데에 일렬로 서 ‘장쩌민 동지는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다’라고 적힌 현수막을 들었다(아래쪽 사진). 사진 출처 텔레그램
사진 속에서 검은 옷을 입은 이들은 도로 한가운데서 횡단보도를 따라 쭉 늘어서 “장쩌민 동지는 영원히 우리 마음속에 살아 있다”는 현수막을 들었다. 다른 사진에선 도로를 따라 늘어선 젊은이들이 하얀 국화와 함께 “선배님, 편히 잠드십시오”라는 현수막을 들었다. 장 전 주석은 상하이교통대 출신이다. 이 사진에서 이들이 입은 유니폼으로 볼 때 같은 대학 학생들로 보인다. 또 다른 사진은 도로 양쪽에 늘어선 이들이 수백 명에 달해 보였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일부 반정부 시위 참가자는 장 전 주석 추모가 거리 시위가 새로 결집하는 동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시위 참가자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에는 추모를 명분으로 시위대가 다시 모일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글들이 올라온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보 등에는 ‘비교적 자유로웠던 장 전 주석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취지의 글들도 올라왔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시기의 통제와 검열에 대한 반감을 추모를 통해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당국이 거국적 추모 분위기를 조성했지만 추모가 시 주석에 대한 비판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시 주석에게 딜레마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 “추모 명분 시위대 다시 결집 계기”
이날 중국 소셜미디어 웨이보와 더우인에 올라온 영상과 사진들에 따르면 장쑤성 양저우(揚州)시 장 전 주석 생가에 전날부터 이날까지 추모객의 발길이 이어졌다. 문 앞과 골목에 밤새 놓고 간 조화가 수북이 쌓였다.

중국 당국도 대대적인 추모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날 중국중앙(CC)TV에 따르면 상하이를 떠난 장 전 주석의 유해가 베이징 공항에 도착했다.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이 공항에 직접 나와 유해를 맞았다.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유해가 1일 상하이 화둥(華東)의원에서 출관식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운구됐다. CC-TV 캡쳐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유해가 1일 상하이 화둥(華東)의원에서 출관식을 마치고 베이징으로 운구됐다. CC-TV 캡쳐
하지만 로이터에 따르면 반정부 시위대가 정보를 공유하는 텔레그램 채팅방에는 추모가 합법적으로 시위대가 모이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한 참가자는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가 후야오방 총서기 추모 집회부터 시작됐다는 점을 말하며 “역사가 비슷하다”고 했다. 다른 시위 참가자는 “우리 모두 오늘 거리로 나가 헌화할 수 있다”고 했다. 추모를 내세워 시위하자는 것이다.
○ “장쩌민 유산 칭송 글 삭제돼”
로이터에 따르면 상하이의 20대 시민은 “서방에 개방적이었던 장 전 주석은 시 주석에 비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장 전 주석 집권 시기 고도 경제 성장으로 풍족한 생활을 누렸고 예술과 문화를 적극 개방한 데 대한 향수가 실제 존재한다.

웨이보에는 시 주석과는 다른 장쩌민의 면모를 부각하는 글들이 많아지고 있다. “개방의 자유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분”이란 누리꾼도 있었다. 한 누리꾼은 “1990년대 태어난 아이들에게 (다양한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는) 행복한 초중학교 생활을 선물해 주셔서 감사하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덕분에 (할리우드) 영화 타이타닉도 볼 수 있었다”고 했다. NYT는 “웨이보에서 시 주석의 권위주의적 경향에 대한 비판으로 해석될까 봐 장 전 주석의 유산을 칭송하는 글들이 검열에 의해 빠르게 삭제되고 있다”고 전했다.

1일 기자가 찾은 톈안먼 광장 주변은 바리케이드(장벽)로 둘러싸였다. 출입자들의 신원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검문과 차량 통제가 더욱 강화됐다. 시민들이 추모 등을 이유로 광장 주변에 몰려드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로 보였다.

다만 홍콩 밍보는 장 전 주석의 중국 정계 영향력이 이미 사라져 시 주석의 위상에 영향을 미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베이징=김기용 특파원 kky@donga.com
워싱턴=문병기 특파원 weappon@donga.com
#반정부 시위#장쩌민 추모#시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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