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 로마 정치인 ‘킨키나투스’에 자신 비유로 구설수

  • 뉴시스
  • 입력 2022년 9월 7일 10시 08분


코멘트
보리스 존슨 전 영국 총리가 퇴임 연설에서 로마시대의 잘 알려지지 않은 정치인 킨키나투스(Cincinatus)에 자신을 비유하며 일상으로 돌아간다고 언급해 주목을 끌고 있다고 미국 워싱턴포스트(WP)가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는 런던 총리관저인 다우닝가 10번지에서 가진 마지막 연설에서 “킨키나투스처럼 쟁기질하러 돌아간다”고 말했다.

언급이 있은 직후부터 소셜 미디어(SNS)에서 킨키나투스가 누구냐는 의문이 크게 늘었고 연설이 진행중이던 런던 시간 오전 7시34분 전후 구글 검색이 급증했다.

킨키나투스는 2500년전인 로마시대 정치인이다. 기원전 5세기 로마공화정이 이탈리아 아에쿠이 부족과 전쟁을 벌일 당시 루시우스 퀸크티우스 킨키나투스는 선출직 통치자인 로마 집정관에서 물러나 고향에서 농사를 짓고 있었다.

역사가 리비가 쓴 “로마사”에 당시 로마 지도자들이 킨키나투스를 찾아가 로마를 침략자로부터 지켜달라고 애원한 것으로 돼 있다. 킨키나투스는 쟁기질을 멈추고 토가를 걸친 뒤 로마로 복귀해 기원전 458년 로마의 유일 통치자에 임명됐다. 일종의 비상 사태로 매우 희귀한 사례다. 그는 알기두스산에 갇힌 로마군인 구출을 지휘했다.

아에쿠스 군대를 물리친 킨키나투스는 15일 만에 권좌를 내놓고 다시 농장으로 돌아갔다. 이 점 때문에 킨키나투스는 정치적 야심이 없는 현인의 표상으로 여겨져 왔다. 미국의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도 영국군이 침략하자 국가의 부름에 나서 영국군을 물리친 뒤 2번의 대통령 임기를 마치고 자발적으로 권좌에서 물러났다.

오하이오주의 신시내티(Cincinnati)가 킨키나투스의 이름을 딴 곳이다. 1790년 당시 주지사가 대륙군 장교들이 미 독립전쟁을 기념해 만든 신시내티협회의 이름을 따서 지은 것이다. 협회 회원들은 스스로를 킨키나투스의 복수형인 “신시내티”라고 불렀다.

킨키나투스에 대한 구체적 역사는 제대로 밝혀져 있지 않으며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건 메시지라고 강조한다. 훌륭한 지도자라면 나라의 안녕을 위해 권력을 포기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다.

존슨은 과거에도 킨키나투스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다. 2009년 런던 시장일 당시 존슨은 한 인터뷰에서 총리가 돼 달라는 부름을 “어떤 상황에서 받을 지 예상” 못한다고 말했다. (10년 뒤 총리가 됐다.) 그는 당시 “만일 킨키나투스처럼 농사일을 멈추고 나서 달라는 요청이 있으며 돕지 않는 건 분명 잘못일 것”이라고 말했다.

수많은 스캔들과 공식 수사에 직면했던 그가 워싱턴과 같은 반열에 오를 수 있느냐는 의문이 있다. 가디언지 수석 문화기자 샬롯 히긴스는 2009년 존슨의 인터뷰를 두고 킨키나투스는 “보리스가 제시한 극도로 잘못된 예”라고 썼었다.

히긴스 기자는 “킨키나투스 이야기는 밤마다 로마의 만찬 파티장을 돌아다니며 지지를 모으면서 낮에는 위대하고 선한자들과 접촉을 끊는 직업 정치인이 아니었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는 정직했고 정치를 벗어나 등이 휘도록 일하다가 법석을 떨지 않고 주어진 임무를 해낸 사람”이라고 썼다.

킨키나투스는 아에쿠이족을 물리치고 사임한 뒤에도 다시 활동했었다. 기원전 439년 부유한 로마인 스푸리우스 마엘리우스가 평민들에게 밀을 나눠주면서 호감을 사 왕이 되려고 시도하던 때였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다시 유일 통치자로 복귀했다. 역사가들은 이 얘기가 대체로 전설일 것으로 본다. 그러나 정치 분석가들은 존슨이 고별 연설에서 킨키나투스를 언급한 것이 다시 복귀할 것임을 시사한 것으로 보고 있다.

스코틀랜드 언론인 앤드류 닐은 “퇴임하는 총리가 영원히 물러갈 것으로 생각하고 한 연설은 아니다. 부름을 받고 농장을 떠나 로마로 복귀한 킨키나투스에 자신을 비유하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잘 알만큼 고전에 밝다”고 트윗했다.

소셜미디어에는 킨키타투스가 평민의 권리 확대에 반대했다는 부정적 스토리가 부각됐다.

메리 비어드 케임브리지대 고전학 교수는 6일 타임스 라디오에서 “킨키나투스에 대해 유념해야 할 한가지가 그가 유명한 민중의 적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사람들에게 합당한 권리를 부여하길 싫어했다. 그는 지독한 엘리트주의 로마 귀족이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골수 우익”이라고 말했다. 그는 “존슨이 킨키나투스 이야기가 갖는 의미를 모두 알았는지 궁금할 뿐”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