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가능할까…英 6개월간 70개 기업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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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6월 8일 09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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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삭감 없이 생산성을 유지하면서 노동시간을 줄일 수 있을까. 코로나19로 세계 각국 기업들이 근무 형태의 큰 변화를 맞이한 가운데 영국에서 ‘주 4일제’ 실험에 나섰다. ‘워라밸’이 노동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7일(현지시간) 가디언·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영국 70여 개 기업이 6개월간 임금 삭감 없는 주 4일제 실험에 들어갔다.

이번 실험은 비영리단체 ‘주4일 글로벌’과 케임브리지, 옥스퍼드, 보스턴 대학 연구진의 협력으로 기획됐다. 피쉬앤칩스 가게 같은 소규모 레스토랑부터 대기업에 이르기까지 총 70여 개 기업, 3300명가량의 직원이 참여한다.

실험의 핵심 키워드는 ‘80:100:100’이다. 간단히 말해 직원들의 노동시간은 80%로 줄이되 급여와 생산성은 100%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업무량 자체를 줄이는 것이 아닌 직원들 간 불필요한 회의를 줄이는 등 업무를 더 효율적인 방향으로 바꾸자는 의미다.

주최 측은 주 4일 근무가 삶의 질과 환경을 개선하면서도 모든 사람이 경제적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삶과 일의 균형을 보장해 더 높은 생산성을 이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출퇴근 시간 및 사무실 내 에너지 사용을 줄여 탄소 배출량을 낮출 수 있고, 가정과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돌봄비용 등 사회적 비용도 감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주4일 글로벌의 최고 운영자 조 오코너는 “주 5일제라는 20세기 개념은 더 이상 20세기 비즈니스에 적합하지 않다”며 “코로나19 이후 더 많은 기업이 단축된 업무시간과 결과물 중심의 근무 체계가 경쟁력의 하나라는 데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주4일 글로벌은 홈페이지를 통해 실험에 참여할 기업을 신청받았다. 주최 측은 지난 2월부터 실험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왔으며, 3월31일 실험에 참여할 기업 등록을 마감했다. 이후 4월에는 지원 기업에 대한 교육을 진행했으며. 지난달에는 ‘생산성’을 측정할 기준을 설정했다.

신청한 기업에는 이미 주 4일제를 성공적으로 구현한 다른 회사와 전문가들로 구성된 워크숍과 멘토링이 제공된다. 또 다른 참가 기업과 상황을 공유할 수 있도록 네트워킹 서비스도 마련된다. 주최 측에서는 인터뷰와 직원 설문조사, 그리고 각 회사가 마련한 기준에 따라 생산성을 측정할 방침이다.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보스턴 대학의 줄리엣 쇼어 사회학 교수는 “스트레스와 피로, 직업 및 삶의 만족도, 건강, 수면, 여행 등 직원들이 하루 더 쉬는 것이 직원들의 삶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험에 참여하는 회사 중 하나인 채리티 은행(Charity Bank)의 최고경영자(CEO) 에드 시겔은 “주당 근무 시간 단축이 보다 행복한 노동자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영국 노퍽에 있는 피쉬앤칩스 전문점 플래튼스(Platten‘s)도 이 실험에 참여했다. 레스토랑 매니저 캘럼 하워드는 “직원들에게 일과 삶의 균형을 제공함으로써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으로 일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영국보다 먼저 주 4일제를 실험한 나라도 있다. 앞서 아이슬란드는 4년 동안 임금을 줄이지 않고 근무 시간을 단축하는 주 4일제 실험을 진행했다.

아이슬란드는 수도 레이캬비크 시의회와 중앙 정부 주도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유치원 교사, 회사원, 사회복지사, 병원 종사자 등 다양한 노동자를 대상으로 주 4일제를 시범 운영했다. 당시 대부분 직군에서 생산성이 유지되거나 오히려 증가했고, 노동자들은 스트레스를 더 적게 호소하는 등 “대단한 성공”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한편 올해 말 스코틀랜드와 스페인에서도 정부 지원의 주 4일제 실험이 시작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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