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그-29기로는 러 첨단 전투기 못막아”…우크라 공군 토로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14일 12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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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소련제 미그-29 구식 전투기를 지원할 예정이지만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의 전투기가 훨씬 성능이 뛰어나 미그-29로는 상대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고 미 워싱턴포스트(WP)가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호출 신호가 “쥬스”인 우크라이나의 한 전투기 조종사는 발진까지 몇 분의 여유밖에 없다. 대기근무중인 날엔 조종석에서 내려와 소변볼 시간도 없다고 했다. 러시아 순항미사일이나 전투기가 관할구역내로 오는 것이 포착되면 표준 안전점검도 하지 못하고 이륙해야 한다.

29살인 쥬스는 “우린 언제나 죽을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죽고 싶진 않다. 우리 도시를 폭격하고 우리 가족을 죽이는 러시아군과 러시아 폭격기를 작살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쥬스는 우크라이나군의 대활약을 상징하는 우크라이나 공군 조종사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압도적으로 수가 많고 전투기 성능이 좋은 러시아 공군을 상대로 영공을 지켜내왔다. 그러나 그와 동료들은 아직 크게 부족하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 지상군은 러시아 지상군보다 우월하지만 러시아군은 하늘을 통해 우크라이나에 큰 피해를 입혀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에 우크라이나 상공을 비행금지구역으로 설정해줄 것을 요청했다가 거부당했다. 러시아와 직접 전쟁하길 원치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러자 젤렌스키 대통령은 첨단 대공방어시스템과 전투기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그러나 쥬스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은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려고 논의중인 무기들 가운데 특히 미그-29 전투기와 미제 스팅어 대공미사일은 우크라이나군의 대공방어력 강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크라이나가 요구하는 무기와 서방이 지원하려는 무기 사이의 차이가 전쟁 2개월 가까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

쥬스는 소련시대 주력 전투기인 미그-29는 훨씬 첨단 전투기를 모는 러시아 조종사들의 “맞춤 표적”이라고 했다. 구식 미그기를 더 받는다고 해서 우크라이나 공군이 제공권 우위를 확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매일 피해를 보고 있다”고 했다. “보안 때문에 TV엔 나가지 않지만 피해가 크다. 러시아와 맞먹는 첨단 비행기가 필요하다. 정신력으로만 첨단기술에 맞서기엔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폴란드는 우크라이나에 미그-29 지원을 제안하면서 대신 미국이 F-16 전투기를 지원해 줄것을 요청했다가 거절됐었다. F-16은 미그-29보다 성능이 우수하다. 이후 지난 11일 슬로바키아 에두아르드 헤게르 총리가 다시 미그-29 전투기 지원을 제안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조종사들로선 미그-29는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심지어 폴란드가 제안했던 미그-29는 우크라이나 공군이 보유한 것보다 구식인 1980년대 기종이다.

예비역 미 공군 장성 허버트 칼리슬은 “우크라이나의 주장이 옳다. 현대적 능력이 없으면 공중 표적이 될 수밖에 없다. 비행기만이 아니라 모든 첨단 장비를 갖춰야 실제 사용할 수 있는 전투기가 된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에 미그-29 전투기를 지원하려는 이유는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이 조종할 수 있는 기종이기 때문이다. 칼리슬 장군은 우크라이나에 F-16 전투기를 지원하더라도 소련제 전투기와 크게 다른 조종법을 쉽게 배울 수 없을 뿐더러 정비와 무장을 담당하는 지상요원들도 훈련을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쥬스는 물론 호출부호가 “노마드”인 다른 조종사는 훈련문제가 근본적인 것은 아니며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고 말한다. 미국에서 훈련을 받았던 노마드는 우크라이나 조종사가 2주면 미국 F 시리즈 전투기 사용법을 익힐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조종사들 다수가 미 공군과 합동 훈련을 하면서 영어를 익혔으며 미 전투기 체계의 기술용어에 익숙하다는 것이다.

조종사들은 미국이 지원하고 있는 스팅어 미사일의 성능에도 비판적이다. 노마드는 스팅어 미사일로 민첩하게 기동하는 러시아 전투기를 격추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칼리슬 장군도 동의했다. 스팅어는 전투기 요격용이 아니라 헬리콥터와 저고도 비행기 등 속도가 느린 표적 공격용이라는 것이다.

쥬스는 서방국들이 우크라이나 조종사들이 훈련을 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첨단 전투기를 지원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보다 첨단 대공미사일이라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사일 사용법은 훨씬 배우기 쉽다는 것이다.

군사분석가들은 러시아가 개전 초기 며칠 만에 우크라이나의 대공방어망과 비행장, 전투기를 제거할 것으로 예상했었으나 그러지 못한 점은 지금도 의문의 대상이다. 대외정책연구소 러시아군 전문가 롭 리는 러시아가 아직 “결정타를 날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공항을 공격한 러시아 미사일이 활주로는 파괴하지 못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파괴되지 않은 임시변통으로 러시아 공군에 맞서고 있다. 쥬스는 첨단 러시아 전투기에 맞서 출격할 때마다 공정하지 못하다고 느낀다고 했다. 살아남기 위해 도망치기만 해야 하는 경우도 잦다고 했다. 물론 러시아 전투기를 우크라이나 방공망에 걸리도록 유인하기도 한다.

러시아군 피해규모를 추적해온 오릭스 블로그의 분석가들은 우크라이나에서 파괴된 러시아 전투기가 20대이며 헬기가 30대라고 기록하고 있다.

쥬스는 “우리는 비정규전을 벌일 뿐이며 성공할 때도 있지만 실패할 때도 있다”면서 “정말 바보같은 러시아군이 우리가 받은 훈련을 무시하는 잘못을 저지를 때도 가끔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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