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사진)가 10일 베를린을 방문한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2011년 결정된 독일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메르츠 총리는 “유감스럽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민간원자력 정상회의에서 “유럽이 원자력 에너지를 외면한 건 전략적 실수”라고 밝힌 데 대해서도 “개인적으로 같은 의견”이라고 했다.
독일은 2000년대 최대 37기의 원전을 가동하며 전체 전력 사용량의 3분의 1을 원전에 의존했다. 하지만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누출 사고를 계기로 탈원전 정책 기조를 세우고, 원전 해체와 재생에너지 확대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2023년 마지막 원전 3기를 영구 폐쇄했다. 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러시아산 천연가스 수입이 불안정해지면서 에너지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해 총선에서 탈원전 기조 재검토를 공약했지만 예전으로 돌아가는 건 사실상 힘들다고 보고 있다. 해체 중인 원전 재가동에 신설과 맞먹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서다. 이에 가스발전소를 세우고, 2040년 원전 비중을 유럽 최고 수준인 68%까지 늘릴 예정인 체코와 협력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한편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민간원자력 정상회의에서 에너지 주권과 탈탄소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미국-이란 전쟁으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을 거론하며 “원자력은 에너지 독립과 탈탄소화, 우리 경제의 일자리 창출을 동시에 조화시키는 핵심”이라고 했다.
유럽에선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에너지 안보를 위해 원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탈리아는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 당시의 탈원전 결정을 뒤집고 내년부터 원전 재가동을 준비하고 있다. 벨기에도 지난해 탈원전 폐기를 공식화했다. 스웨덴은 원전을 증설하고 있고, 폴란드 역시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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