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살 러 소년들, ‘전쟁 반대’ 교사 발언 녹음 후 신고…최대 징역 10년

  • 뉴시스
  • 입력 2022년 4월 7일 12시 13분


코멘트
러시아의 한 학교에서 학생들이 “전쟁 반대” 의견을 밝힌 교사 발언을 녹음해 당국에 신고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교사는 현재 최대 10년의 징역형을 살아야 할 위기에 직면해 있다.

6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중부 펜자의 한 학교에서 영어와 독일어를 가르치는 이리나 겐(55)은 지난달 18일 “러시아 운동선수가 국제 대회에 참가할 수 없는 이유”에 관해 13살 학생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이리나는 “러시아 운동선수에 대한 국제 대회 참여 금지는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러시아가 문명화된 방식으로 행동하기 전까지 선수들이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이어 “우크라이나도 주권을 가지고 있는 나라다. 하지만 러시아군은 키이우에서 우크라이나 정부를 무너뜨리기를 원하고 있다”며 “러시아는 현재 전체주의 체제와 다름이 없다. 이의를 제기하는 것 자체가 범죄로 간주된다”고 했다.

이리나는 당시 학생들이 그의 발언을 녹음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5일 뒤,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은 “수업 중 발언 영상을 입수했다”며 이리나에 연락을 해왔다.

그는 담당 검사에게 “영국 BBC 방송과 AP통신 등 전문적이고 객관적인 보도를 인용했을 뿐, 학생들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니다”고 항변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러시아 당국은 지난달 4일 러시아군에 대한 ‘가짜 뉴스’를 유포할 경우 최대 징역 15년의 실형을 부과할 수 있는 형법 개정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 이에 검찰은 이 형법 개정안을 토대로 이리나에 대한 형사사건을 개시했다.

검찰은 현재 이리나에게 출국 금지 명령을 내린 상태이며, 변호사에 따르면 이리나의 유죄가 인정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형을 받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리나는 가디언을 통해 “학생들에게 세상을 보는 시야를 넓혀주고 싶었다”며 “현재 러시아에서 난무하는 선전·선동에 맞서고 싶었는데, 지금 (나는) 감옥에 갈 위기에 처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학생들을 탓할 생각은 없다. 그들의 부모가 교사의 반전 발언을 녹음하라고 시키지 않았겠느냐”며 “다만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러시아군의 만행을 지지하는 것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너무 끔찍하다”고 했다.

가디언은 전쟁을 비판한 교사들이 해고되거나 기소된 경우가 최소 3건이 더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러시아 당국은 특히 교육 분야에서 제기되는 ‘반전 의견’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세르게이 크라브초프 러시아 교육부 장관도 “정보 및 심리전에서 서방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학교가 싸움의 중심이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지난달 초 러시아 교육부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연설 내용 등이 포함된 수업 ‘평화의 수호자’를 학생 500만 명 이상에게 진행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이 수업에 “우크라이나에는 실제로 존재한 적 없는 말로로시야(소 러시아)라고 불리는 작은 땅이었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이 만든 것이다”,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민간인을 공격한다는 말은 ‘미국의 공작’일 뿐이다” 등의 내용이 담겼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