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이우 함락 실패 뒤 퇴각하는 러시아…푸틴 다음 목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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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2년 4월 5일 14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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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북부 지역에서 대부분 병력을 철수한 가운데 침공 당시 목표로 잡았던 수도 키이우 점령과 정부 축출이라는 목표를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러시아는 추가 병력 투입을 통해 여전히 우크라이나 동쪽과 남쪽을 압박하고 있고 특히 동부 지역에 대해서는 점령을 목표로 군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저항과 군사적 차질로 인해 애당초 계획이 실패했음을 인지한 러시아가 ‘플랜B’를 실행할 모양새다. AFP는 5일 러시아가 전쟁을 연장하고 더 많은 죽음과 파괴를 일으킬 수 5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5월 9일’ 국경일 맞춰 승리 선언 원하는 푸틴

예루살렘 안보 전략 연구소(JISS) 군사 전문가 알렉산더 그린버그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제2차 세계 대전에서 러시아가 나치 독일에 승리한 날인 ‘5월 9일’을 기념하기 위해 그전까지 승리를 선언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길 바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린버그는 “푸틴이 상징적인 날짜와 역사에 집착한다”면서 “그는 5월 9일 이전에 승리를 보고 싶어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는 5월 9일을 국경일로 지정해 해마다 모스크바 크렘린 앞 붉은 광장에서 대규모 군사행진을 거행해오고 있다.

그린버그의 주장처럼 서방국 전문가들도 푸틴 대통령이 오는 5월 9일 승리 퍼레이드를 벌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다만 일부 전문가들은 푸틴 대통령이 전쟁의 상황과 관계없이 해당 국경일에 맞춰 행사를 진행할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해 모스크바 싱크탱크인 외교국방위원회의 명예회장이자 전직 크렘린 고문인 세르게이 카라가노프는 “러시아 엘리트들의 지분은 매우 높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패배할 여유가 없다”며 “일종의 승리라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 “우크라 동부 점령 위해 우선 마리우폴부터 함락시키려 할 것”

러시아군은 키이우와 북쪽의 다른 지역들로부터 멀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반면 몇 주 동안 포위된 남동부 도시 마리우폴 주변에서 대해서는 퇴각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러시아는 마리우폴에 있는 시민들이 처한 척박한 환경과 관련해 국제적인 항의를 받고 있음에도 포위망을 계속해서 좁히고 있다.

러시아가 이렇게 마리우폴 점령에 집착하는 이유는 이들이 해당 지역을 2014년 병합한 크림반도와 친러시아 반군이 점령한 동부 돈바스 지역을 육상으로 연결할 거점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버그는 “러시아가 분명한 전쟁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마리우폴 점령이) 중요한 단계가 될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 저항군도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마리우폴에서 치열한 전투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마리우폴의 북쪽에는 분리주의 지역인 도네츠크와 루간스크가 있기 때문에 러시아군이 마리우폴을 점령할 경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동부의 영토를 지배할 가능성이 높다.

지중해 전략연구재단의 피에르 라주 학무국장은 “러시아군은 마리우폴을 통해 돈바스의 나머지 부분을 장악하고 우크라이나 남부와 아조프해 연안까지 지속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움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 “휴전 전까지 최대한 많은 영역을 확보”

지난 2월 러시아는 도네츠크와 루한스크를 독립국으로 인정했지만 해당 지역을 완전히 통제하지는 못했다.

러시아 정부는 해당 분리주의 지역과 관련해 완전한 행정 권한을 가져야 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에 전쟁을 통해 분리주의 지역에 대한 완전 통제권을 확보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세웠다.

전쟁연구소 분석가들은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성공적으로 작전을 개시할 수 있다면 전쟁이 끝났다고 보기에는 어렵다”며 “여전히 러시아는 방향을 바꿀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 상태에서 휴전을 선언한다면 러시아는 침공 당시 전과 다르게 우크라이나의 몇몇 도시에 대한 지배력을 주장할 수 있다고 했다.

한 국제관계학 전문가는 “양국이 현재 가지고 있는 것만까지만 보유한 채 휴전하자고 한다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몇몇 새로운 지역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휴전 선언 전까지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최대한 많은 도시에 대한 공격을 감행하면서 지배력을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러시아는 지난주 서부 오데사 항구까지 공격을 감행하기도 했다.

◇ “신병 투입 전까지 시간 확보”

러시아는 애당초 침공 당시 여러 방면에서 우크라이나를 공격하면서 빠른 시간 안에 우크라이나 정부를 축출하고 그들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친러 정권을 세우려 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훨씬 더 강경한 우크라이나군의 저항으로 러시아는 1차 작전에 실패했다.

게다가 군사전문가들에 따르면 러시아도 인명이나 군사 장비 측면에서 예상보다 큰 피해를 입으며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봄 징병이 지난 1일에 시작됐다면서 우크라이나 내 추가적으로 병력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러시아는 추가로 징집된 병력에 대해서는 우크라이나로 보내지 않겠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신병들이 계약서에 서명한 뒤 훈련만 마치면 곧바로 전투에 참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독일의 싱크탱크인 유럽외교협의회(ECFR) 구스타프 그레셀 수석연구원은 “현재 러시아에 가장 부족한 건 인력 자원”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또한 지난 몇 주 동안 우크라이나의 게릴라 전술의 성공을 감안할 때 러시아에서 추가적인 병력이 투입되더라도 오랫동안 소모전을 벌일 시 러시아에게 득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이클 코프만 미 해군분석센터 러시아연구프로그램 소장은 “이번 사태가 장기화되면 우크라이나가 전반적으로 더 유리한 입장에 서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 “푸틴, 서방국 사이를 분열시키려 할 것”

러시아 정부는 전쟁 중 러시아에 대해 강경 노선을 취하는 국가들과 다소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국가들을 분류하는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이들 사이를 갈라놓는 것을 주요 목표로 잡고 있다고 AFP는 분석했다.

예로 푸틴 대통령은 4일 친러시아 성향의 헝가리 지도자 빅토르 오르반 총리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며 4연임에 성공하자 재빨리 그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두 나라(러시아와 헝가리)가 어려운 국제정세 속에서도 관계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이지만 오르반 총리가 그간 러시아에 친화적인 행보를 걸어왔기 때문에 푸틴 대령은 헝가리를 우호국으로 분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푸틴 대통령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자세에도 주목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푸틴은 권력을 유지해선 안 된다”라고 발언하자 마크롱 대통령은 “러시아를 멈춰 세우려면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외교로 러시아군이 철수하도록 하기 원한다면 우리는 말로나 행동으로나 긴장을 고조해서는 안 된다”라고 지적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EU가 러시아의 석유와 석탄 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유럽의존도가 높은 천연가스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피에르 라주 프랑스 역사학자는 “(푸틴에게) 이 게임의 목적은 여론을 분열시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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