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국채 폭락에 투자자들 보상받기 어려울 듯

  • 뉴시스
  • 입력 2022년 3월 16일 13시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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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가 커지면서 러시아 채권 가격이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현재 러시아 채권이 과거 붕괴됐던 베네수엘라와 아르헨티나 수준에 가까워졌다는 평가와 함께 세계 금융시스템에 다시 진입하는데 수년이 걸릴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15일(현지시간) 연 수익률이 4.75%인 2026년 만기 러시아 국채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폭락해 달러당 10센트 이하로 떨어지면서 5년 전 붕괴됐던 베네수엘라 채권과 비슷한 수준이 됐다고 보도했다.

또 이 가격대는 채권 상환에 15년이 걸린 아르헨티나의 채권 하한선에 근접한 수준이다.

펀드매니저들은 채권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하는데 얼마나 걸릴지 논의하고 있다. 또 주식과 채권, 석유 등 모든 러시아 자산에 대한 평가가 낮아질 것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2016년 아르헨티나와의 국제소송을 주도한 전 엘리엇 매니지먼트사의 포트폴리오 매니저 제이 뉴먼은 채권 보유자들이 소송을 통해 러시아의 해외 자산을 압류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먼은 “채권에 대한 투자자 보호가 없기 때문에 더 힘든 싸움이 될 것”이라며 “심판을 받는다고 가정해보면 러시아 같은 나라에 대한 판결을 집행하는 건 매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가들은 러시아를 협상 테이블로 끌어들이는 것도 마찬가지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국제적으로 돈을 빌리지 않고도 수년동안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S&P글로벌 레이팅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러시아 부채의 약 80%는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또 석유 수출이 정부의 현금 보유고를 증가시키고 있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을 위한 협상 가능성을 낮추고 있다.

뉴먼은 러시아의 외국인 채권 보유자들은 법적 절차에 따라 강제로 매각되지 않는 한 채권을 유지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0으로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는지 보는 게 낫다”고 했다.

어드밴티지 데이터에 따르면 러시아 달러화 표시 채권은 달러당 약 8센트 정도로 책정되지만 거래는 달러당 5센트 수준에 불과하다.참고로 2009년 글로벌 신용위기 당시 아르헨티나 채권 가격은 달러당 6센트까지 떨어졌었다.

버지니아대 법학과 교수 미투 굴라티는 “러시아 부채 소유자들은 무언가를 회복할 수 있지만, 아마도 수십년 동안은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WSJ에 따르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러시아의 채무불이행 채권을 샀던 투자자들은 1980년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지도자가 자본시장에 접근하려 할 때 일부 상환을 받았다.

아르헨티나와 베네수엘라의 채무불이행 채권을 모두 거래한 그레이록 캐피털매니지먼트 설립자 한스 흄스는 “모두가 직감적으로 확인하고 ‘이것이 선을 넘었을까’라고 말하는 이런 상황을 본 적이 없다”며 “저는 어디에든 갈 것이다. 다만 러시아는 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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