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무장단체가 우크라軍 공격, 사상자 발생”…국지전 전운

  • 동아일보
  • 입력 2022년 2월 2일 21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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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국방부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군사 훈련을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러시아 국방부가 25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군사 훈련을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러시아 국방부 홈페이지 갈무리). 뉴스1
우크라이나에서 활동하는 러시아 무장단체가 무인항공기(UAV)로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공격해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 친(親)러시아 반군에게 무기도 공급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국지전에 준하는 공격이 시작된 것으로 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해 러시아가 2014년 무력 병합한 크림반도를 탈환하려 하면 전쟁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러시아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회의에서 충돌했다.

● 러 무장단체, 우크라군 공격해 사상자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 유엔 본부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를 논의하기 위한 안보리 회의가 미국 주도로 소집됐다. 초청국 자격으로 참석한 세르히 키슬리차 유엔 주재 우크라이나대사는 “(분쟁 지역인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지난해 12월 22일 우크라이나-러시아-유럽안보협력기구(OSCE) 3자 평화협상 이후에도 러시아가 적대 행위를 멈추지 않았다”며 “UAV 공격과 총격, 포격, 저격으로 우크라이나군 12명이 숨졌고 14명이 부상당했다”고 밝혔다. 특히 러시아 무장단체가 우크라이나 동부 러시아 접경 지역인 도네츠크주(州) 피셰비크에서 지난달 25일 우크라이나군 진지를 공격했다. 러시아 무장단체 UAV가 수류탄을 투하했고 우크라이나군 2명이 파편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

키슬리차 대사에 따르면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벨라루스에 러시아군의 최신예 단거리 미사일인 이스칸데르 미사일 부대와 수호이-35 전투기 부대 등이 배치됐다. 흑해에서는 지난달 26일부터 러시아 해군이 미사일함, 상륙함을 동원한 해상훈련을 시작했다. 돈바스에는 러시아군 3000명을 포함한 우크라이나 반정부군 3만5000명이 병력을 강화 중이다. 러시아 화물 열차와 트럭 호송대가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 이들에게 무기를 공급하고 있다. 키슬리차 대사는 러시아 육해공군 13만 명이 우크라이나 국경과 크림반도에 집결했다고 말했다.

● 푸틴, 전쟁 가능성 위협
미-러는 이날 회의에서 설전을 벌였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대사는 우크라이나 접경지대에 배치된 러시아군이 10만 명을 넘는다면서 “지난 수십 년간 유럽에서 최대 규모의 병력을 동원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러시아가 침공 구실을 날조하려 우크라이나와 서방을 침략자로 몰고 있다”고 말했다. 바실리 네벤자 유엔 주재 러시아대사는 “당신은 그것(전쟁)이 일어나길 바라는 것 같다”고 맞받았다.

푸틴 대통령은 1일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만약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해 크림반도를 탈환하기 위한 작전을 시작한다고 상상해보라”며 “그땐 우리도 나토와 전쟁을 시작해야 할까?”라고 반문했다. 또 “서방의 그 누구도 이걸 생각해 봤을까? 아닐 것 같다”며 전쟁 가능성을 경고했다. 그러면서 지난달 26일 미국과 나토로부터 받은 서면 답변이 “러시아의 근본 요구를 무시했다”고 말했다. 스페인 일간 엘파이스가 2일 입수해 보도한 답변서에 따르면 미국은 △유럽 배치 단거리·중거리 미사일 조정에 관한 양자 대화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에 배치된 나토 미사일 검증 등을 러시아에 제안했다.

이에 젠 사키 미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여우가 닭장 꼭대기에서 닭이 무섭다고 소리를 지르는 것이다. 그게 그들(러시아)이 하고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시도가 러시아 안보에 위협이 된다는 주장을 반박하며 러시아를 여우, 우크라이나를 닭에 빗댄 것이다.

미국 국무부는 지난달 31일 러시아군이 배치된 벨라루스의 미국대사관 직원과 가족들에게 철수 명령을 내렸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일 우크라이나 수도 키예프를 방문해 러시아의 침공 위협이 “분명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고 경고했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은 1일 전화 통화로 사태를 논의했으나 평행선을 달렸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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