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식공룡 일부는 우사인 볼트보다 더 빨리 달렸다”

  • 뉴시스
  • 입력 2021년 12월 10일 12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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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북부 호수의 진흙 바닥에서 발견된 수백만년 전 공룡의 발자국 화석을 조사한 결과 일부 육식 공룡들이 시속 42km 정도로 빠르게 달릴 수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고 미 월스트리트저널(WSJ)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속도는 이족보행을 하는 수각류 공룡으로선 가장 빠른 것으로 자메이카 출신 단거리 육상선수 우사인 볼트가 2009년에 세운 100m 세계기록과 같다.

사이언티픽 리포츠 저널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거대한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공룡을 포함해 일부 수각류 공룡들이 사냥을 하거나 사냥을 피해 빠르게 달리는 것은 물론 급가속이나 급회전도 할 수 있었음을 보여준다.

스페인 라리오하대학교 고생물학 연구원인 파블로 나바로-로르베스는 “우리가 30년 전에 생각하던 공룡에 대한 생각이 바뀌고 있다”면서 “예전에 우리는 공룡들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느릿느릿 움직이는 것으로 생각했지만 지금은 일부가 완전히 사냥과 도주를 잘 할 수 있게 적응했음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발견된 공룡 발자국 화석은 1억4500만년~1억50만년 전의 초기 백악기 것으로 종을 알 수 없는 두마리 공룡이 남긴 것이다.

스페인 고생물학자들은 1985년 스페인 라리오하지방 이게아마을 인근에서 두 공룡 발자국을 처음 발견했다. 나바로-로르베스팀이 최근 주변에서 추가로 발자국을 찾아냈으며 전체 발자국 화석은 12개로 늘어났다. 한 마리의 발자국의 5개며 다른 한마리의 발자국이 7개다.

지난 45년 동안 연구자들은 발자국을 이용해 공룡 보행능력을 측정하려고 시도해왔다. 발자국에 4를 곱하면 공룡의 보폭과 엉덩이 높이를 알 수 있다는 공식을 활용했다.

알렉산더 공식이라는 이름의 이 공식을 사용해 연구자들은 7개의 발자국을 남긴 수각류가 시속 32km에서 45km로 달렸고 다른 수각류 공룡은 다소 느리게 23km에서 37km로 달렸다.

연구자들은 어떤 공룡이 발자국을 남겼는 지를 알 수가 없지만 발자국이 있는 지역에 번성했던 스피노사우루스과 또는 카르카로돈토사우루스과일 것으로 가정했다. 마바로-로르베스는 미지의 수각류 공룡이 키가 1.8m 이상 4m에서 4.9m까지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고 밝히고 작은 것이 더 빠르고 민첩했다고 덧붙였다. 일곱개의 발자국에 “급격한 가속”의 흔적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이들 공룡들이 충분히 더 큰 포식자를 피할 수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나바로-로르베스는 “발자국을 남긴 공룡이 다 자란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공룡을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티라로사우루스 렉스는 그러나 후기 백악기의 수각류여서 라리오하에 발자국을 남긴 공룡들과는 동시대에 살지 않았다.

이들 미스테리 공룡들이 우사인 볼트를 따라잡을 수 있다지만 가장 빠른 공룡은 아니다. 미 유타주에서 발자국 화석이 발견된 쥐라기 공룡은 시속 50km로 달릴 수 있었다고 지난 1월 뉴멕시코 자연사박물관 회보에 실린 보고서가 밝혔다.

나바로-로르베스는 “공룡 발자국 화석은 많지만 달리는 공룡 발자국 화석은 드물다”면서 특히 진흙으로 된 바닥은 달리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점이 걷는 공룡 발자국 화석이 많이 발견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달리는 공룡발자국 화석이 드문 탓에 고생물학자들은 공룡의 근골격체계와 크기를 알 수 있는 뼈 화석을 토대로 생물기계학적 모델을 사용해 공룡이 달리는 속도를 추정하기도 한다. 이 방식으로 1997년작 “잃어버린 세계: 주라기 공원”에서 닭 크기의 세악룡이 우사인 볼트보다 빠르게 달릴 수 있음을 추정하기도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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