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대 ‘탄소공룡’ 美中, 기후협력 깜짝 합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1일 19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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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을 이틀 앞둔 10일(현지 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왼쪽)와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미중 글
래스고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글래스고=AP 뉴시스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막을 이틀 앞둔 10일(현지 시간) 영국 글래스고에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왼쪽)와 셰전화(解振華) 중국 기후변화 특별대표가 기자회견에서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미중 글 래스고 공동선언’을 발표하고 있다. 글래스고=AP 뉴시스
정치, 외교, 군사 분야 등에서 전방위적으로 충돌해온 미국과 중국이 기후변화 대응에서는 서로 협력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10일(현지 시간) 발표했다. 15일로 예상되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 간의 화상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온 깜짝 합의다.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도 힘을 합칠 수 있는 공통분모를 찾아 상황을 관리하려는 양국의 계산이 반영된 결과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과 중국은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 폐회를 하루 앞둔 이날 ‘2020년대 기후 대응 강화에 관한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존 케리 미국 기후특사는 COP26 회의가 진행 중인 영국 글래스고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과 중국은 기후 변화에 있어 협력만이 유일한 해결법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며 합의 사실을 알렸다. 중국 역시 셰전화(解振華) 기후변화특별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기후변화는 인류가 직면한 공통의 도전으로, 중국과 미국 사이엔 차이보다 합의가 더 많다”고 밝혔다.

공동선언에는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기로 한 2015년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위해 함께 노력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온실가스인 탄소와 메탄 배출 감축을 위해 함께 노력하고, 기후 대응 강화를 위한 실무그룹을 내년 상반기에 가동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또 삼림 벌채를 막고 숲을 보전하는데도 함께 힘을 보태기로 했다.

이번 합의는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첫 정상회담을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회담 결과 및 향후 미중 관계에 미칠 영향에 관심이 쏠린다. 이날 폴리티코 보도에 따르면 양국 정상회담 일정은 15일로 잠정 합의가 이뤄진 상태다. 미국은 그동안 중국과의 관계를 적대적, 경쟁적, 협력적 분야로 나눠 대응해왔다. 기후변화는 미국이 팬데믹 대응과 함께 중국과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 꼽았던 대표적인 분야다.

2주간 진행된 COP26이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한 상황에서 ‘실패한 총회’로 낙인찍히는 것만큼은 막아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압박도 이번 공동선언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과 미국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각각 세계 1, 2위 국가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양국 합의를 환영하며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중요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이번 공동선언의 효과에 대해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선언문에서는 구체적인 목표 수치나 합의사항 이행을 위한 세부 실행 방안을 찾기 어렵다. 상당수 내용은 COP26에서 미국, 중국을 포함한 참가국들이 이미 노력 의사를 밝힌 것들이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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