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 복장 日남성, 전철서 무차별 칼부림… “사형 당하고 싶어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1월 1일 19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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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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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배트맨’에 나오는 악당 ‘조커’처럼 복장을 한 24세 일본 남성이 전철 안에서 무차별로 흉기를 휘두르고 불을 질러 17명을 다치게 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사람을 죽여 사형당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NHK 등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8시경 도쿄 외곽 조후시에서 도심 신주쿠로 향하는 특급 전철 게이오센(京王線)에 짧은 머리에 녹색 셔츠, 보라색 코트를 걸친 남성이 탔다. 3호차에 탄 그는 갑자기 흉기를 꺼내 전차에 앉아 있던 70대 남성을 이유 없이 찔렀다. 그 모습을 본 한 승객이 “칼을 들었다. 도망가”라고 외쳤고 승객들은 열차 진행 방향으로 대피했다. 범인은 5호차까지 승객들을 쫓아가 미리 준비한 페트병에 든 액체를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였다. 화염과 함께 연기가 퍼지면서 승객들은 패닉 상태가 됐다.

일본 트위터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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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의 비상연락을 받은 전철은 평소 정차하지 않는 고쿠료역에 긴급 정차했다. 전철 문이 열리지 않자 승객들은 창문을 통해 급히 탈출했다. 핼러윈 데이의 악몽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범인의 칼에 찔린 남성은 의식불명의 중상을 입었고 16명이 연기 흡입 등으로 인해 크고 작은 부상을 당했다.

범인은 방화 후 열차 진행 반대 방향으로 가 텅 빈 2호차에서 다리를 꼬고 앉아 담배를 물었다. 오른손에는 흉기를 든 채였다. 그는 고쿠료역에서 경찰에 살인미수혐의로 체포됐다. 체포 과정에서 별다른 저항은 없었다. 범인은 경찰 조사에서 “6, 7월 정도부터 일이 제대로 안 돼 죽고 싶었다. 사람을 2명 죽이면 사형당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계획된 범죄임을 시사했다. 또 “핼러윈이어서 사람이 많은 전차를 노렸다. 특급 전차는 역 사이가 멀어서 승객이 도망가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범인은 “8월 오다큐선 사건을 참고했다”고도 했다. 당시 오다큐선 전철 안에서 30대 범인은 갑자기 흉기를 휘둘러 승객 9명이 다쳤다. 민영방송 닛테레에 따르면 범인은 경찰에 “조커를 동경해왔다”고 했고 사죄하거나 반성하는 말은 하지 않았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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