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 좋아하는 라가르드 ‘마담 인플레이션’…유럽인 가난하게 만들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31일 17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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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최대 일간지 빌트, 저금리 정책 고수 ECB 총재 비판

크리스틴 라가드르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 AP 뉴시스
크리스틴 라가드르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사진 AP 뉴시스
약 115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독일 최대 일간지 빌트가 지난달 30일 프랑스 출신의 크리스틴 라가드르 유럽중앙은행(ECB) 총재(65)가 저금리 정책을 고수해 물가 상승을 방치하고 있다며 ‘마담 인플레이션(Madam Inflation)’이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2019년 11월부터 집권 중인 라가르드 총재가 경기 부양에만 신경 쓰는 바람에 인플레 위험을 간과했고, 유럽인이 보유한 돈의 실질 가치 또한 떨어져 고통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빌트는 라가르드 총재가 월 4만 유로(약 5400만 원)을 버는 고소득자이고 샤넬, 에르메스 등 최고급 명품 브랜드를 좋아하는 것으로 유명하기 때문에 보통 사람들이 겪는 삶의 어려움을 신경 쓰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이어 “라가르드가 사람들의 임금, 저축, 연금 등을 (얼음처럼) 녹여버리고 있다”며 물가 상승에 따른 화폐의 실질가치 감소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ECB는 지난달 28일 월간 정례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 금리를 ‘제로(0)’로 동결했다. 물가 상승 압력이 일부 있지만 내년에는 둔화할 것이라고도 내다봤다. 하지만 하루 뒤 발표된 유로존의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3년 만의 최고치인 4.1%를 기록해 ECB의 예상과 어긋났다. ECB의 최근 행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한때 공격적인 돈 풀기에 나섰지만 최근 통화완화정책 기조를 바꾸거나 금리인상 의지를 드러낸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주요국 중앙은행과도 상당히 다르다는 평을 얻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빌트의 공개 비판이 옌스 바이트만 독일 중앙은행 총재의 사임 직후 나왔다는 점에 주목했다. 중앙은행의 최대 목표는 경기 부양이 아닌 물가 관리에 있다는 소위 ‘매파’의 대표주자인 바이트만 총재는 지난달 21일 전격 중도 사퇴했다. 그의 임기는 2027년 5월까지로 5년 이상 남아있는 상태였다. 바이트만은 코로나19 이후 각국 중앙은행이 공격적인 부양정책을 펼치는 것에 줄곧 비판적 시각을 드러내 ‘양적완화의 외로운 반대자’로 불렸다. 빌트가 자국 출신의 바이트만을 지지하기 위해 라가르드를 공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바이트만은 라가르드가 취임할 때 역시 ECB 총재 물망에 올랐던 인물이다.


파리=김윤종 특파원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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