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재무성 차관 “정치권 퍼주기로 재정파탄 위기” 쓴소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0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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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지 기고 통해 이례적 정책비판

일본 재무성 차관이 선거를 앞둔 정치계의 ‘퍼주기 경쟁’을 두고 “국가 재정이 파탄날 수 있다”며 쓴소리를 했다. 재무성 고위 공직자가 정치가의 정책에 의견을 표명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야노 고지(矢野康治·59·사진) 재무성 사무차관은 8일 발매된 시사 월간지 분게이슌주 기고문을 통해 자민당 총재 선거(9월 29일)와 중의원 선거(10월 31일)를 앞두고 정치권이 쏟아낸 정책에 대해 “선심성 전쟁 같다. 매우 위험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현재 일본 상황에 대해 “빙산(채무)에 충돌한 타이타닉호 같다”며 “타이타닉호는 충돌 직전까지 빙산의 존재를 몰랐지만 일본은 ‘채무의 산’이 존재한다는 걸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안개가 자욱해 언제 눈앞에 드러날지 모르는 상황이다 보니 충돌을 피하려는 긴장감이 느슨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으로 전 국민에게 1인당 10만 엔(약 107만 원)을 지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야노 차관은 “유권자에게 환영받을지는 몰라도 의미가 있는 경제 대책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정말 거액의 경제 대책이 필요한지, 비용과 폐해도 포함해 잘 음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야노 차관은 일본의 국가채무에 대해 “국내총생산(GDP)의 2.2배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 상태를 넘어선 최악이다. 다른 어느 선진국보다 열악한 상황이지만 재정적자를 또 늘리는 얘기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일본 이외 선진국에선 경제 대책을 실시할 때 재원 논의도 반드시 한다”고 했다.

스즈키 준이치(鈴木俊一) 재무상은 8일 기자회견에서 야노 차관의 기고문과 관련해 “(4일까지 재무상이었던) 아소 다로(麻生太郞) 전 재무상의 양해를 얻었다”며 “정부 방침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고 내용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진화에 나섰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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