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은 NO, 차는 YES? 英수송기 카불 탈출 ‘우선순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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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8월 26일 11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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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 “탑승 1순위는 승객…빈 곳은 화물로 채워진다” 해명

영국 왕실 공군 수송기 내부(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조 사진). ⓒGettyImagesBank
영국 왕실 공군 수송기 내부(기사와 직접적 관련 없는 참조 사진). ⓒGettyImagesBank
동물과 동반했다는 이유로 영국 군이 민간 전세기의 착륙을 불허한 사연이 전해지면서 영국에서 사람과 동물, 화물의 이송 우선순위를 놓고 논쟁이 불거지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뉴스는 아프간에서 동물구조단체 ‘나우자드’를 운영하는 폴 파딩(52)의 사연을 소개했다.

아프간에서 동물구조단체 ‘나우자드’를 운영하는 폴 파딩(52). 트위터 캡처
아프간에서 동물구조단체 ‘나우자드’를 운영하는 폴 파딩(52). 트위터 캡처

파딩에 따르면 ‘군 수송기 탑승을 보장할 수 없다’는 통지를 받자 민간 전세기를 마련해 직원 69명과 동물 200여 마리까지 함께 이송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군은 이 전세기의 착륙을 불허했고 이에 파딩은 이송 순위에 동물은 없다며 “(동물과 동반했다는 이유로) 적군의 영토에 남겨졌다”라고 토로했다.

이에 벤 월러스 국방부 장관은 “영국 국방부가 파딩을 버렸다는 주장은 ‘헛소리’”라며 “파딩과 직원들은 영국 여권 소지자로 (군 허가증 없이도) 검문소를 통과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어 “사람보다 동물을 우선할 수 없다”라며 “동물 구출에 관심이 없다는 게 아니다. 단지 탈레반의 표적은 ‘사람’이기에 구조 1순위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자동차가 한가운데에? 군 수송기 영상에 비난 봇물
자동차가 실린 군 수송기 영상. 스카이뉴스
자동차가 실린 군 수송기 영상. 스카이뉴스

그러나 그의 말과 달리 이후 언론에서 자동차가 실린 군 수송기 영상을 공개하면서 논란은 거세졌다.

공개된 영상에는 수송기 내부 한가운데에 자동차 한 대가 사람들로 둘러싸인 모습이 보였다.

이에 누리꾼들은 “군의 주장대로라면 동물보다 차가 우선한다는 것”이라며 비난했다. 동물복지 활동가로 알려진 배우 피터 에건도 트위터를 통해 “차는 괜찮고 동물은 안 된다는 군의 결정이 옳은 일인가?”라고 꼬집었다.

영국 배우 피터 에건 트위터 캡처
영국 배우 피터 에건 트위터 캡처

불거진 논란에 국방부 측은 “이 차량은 (영국 대사관에서 사용하는) 민간 장갑차”라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국방부 대변인은 “당시 134명의 탑승자를 태우고, 더 많은 승객을 실으려고 이륙 직전까지 기다렸지만 자리가 남았었다”라며 “철수 기한 내 화물과 장비까지 옮겨야 하는 상황에 차를 실은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분명한 건 언제나 탑승 1순위는 무제한의 승객이고, 이후 빈 곳은 화물로 채워진다”며 “현재로선 어떤 비행기도 빈 상태로 카불을 떠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월러스 국방부 장관도 철수 우선순위에 따라 움직인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다만 비난 여론이 수그러들지 않자 그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파딩과 동물들이 공항에 도착한다면 민간 전세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입장을 번복했다. 단 군 수송기에 동물은 태울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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