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수송기에 매달렸다 추락한 2명, 빈민층 형제였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19일 19시 3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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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아프가니스탄 카불 공항에서 이륙하던 미 공군 C-17 수송기 바퀴에 매달려있다 공중에서 추락한 사람 중 한 명이 17세 소년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이 소년과 함께 공항으로 떠났던 16세 동생도 생사가 확인되지 않아 형제가 함께 추락한 것으로 보인다.

사망한 소년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밝힌 소년의 친척은 18일 미 바이스 월드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형제 둘을 동시에 잃었다. 한 명은 시신을 찾았는데 다른 한 명은 병원을 다 뒤져도 아직 못 찾았다”며 “형제가 사라진 뒤 (형제의) 어머니가 매일 밤을 지새웠다”고 전했다.

그는 “이들 형제가 ‘아프간인 2만 명이 캐나다나 미국으로 갈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선 무작정 공항으로 향한 것 같다”며 “가족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신분증만 들고 공항으로 떠났다”고 했다. 형제는 8남매 중 첫째와 둘째로 탈레반 집권기를 경험해 본 적이 없어 이제껏 누려온 자유를 잃을까 크게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는 “사람들을 죽이는 탈레반을 두려워해 모두가 도망가고 싶어 한다”고 전했다.

영국 데일리메일은 현지인이 소셜미디어에 올린 글을 인용해 미 수송기에서 추락한 이들은 형제이며 이들이 카불 시장에서 과일을 팔고 쓰레기를 주워 어머니를 봉양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소셜미디어에는 탈레반이 장악한 카불을 탈출하려는 시민들이 공항으로 몰려와 이륙을 앞둔 비행기 날개와 트랩 등에 위험천만하게 매달리는 모습이 속속 올라왔다. 해당 영상들에는 수많은 아프간인들이 비행기에 매달려 필사적으로 탈출하려는 모습이 담겨 있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최소 3명이 수송기에 매달려 있다 추락해 숨졌다.

아프간 현지 언론은 카불에 살던 청년의사 피다 모하마드가 비행기에서 추락한 사람 중 한 명이라고 보도했다. 그는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하고 이튿날 가족들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공항으로 향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신 발견자에게 전화를 받고 아들의 신원을 확인한 아버지는 “나의 첫 아이였다. 아들은 대학에서 열심히 공부해 병원에 취직했다. 결혼한 뒤에는 해외에서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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