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빵 봉기’로 접었던 빵값 인상 44년만에 재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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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주식… 정부 보조로 개당 3.7원
시시 대통령 “20개가 담배 한개비 값… 비합리적 상황 계속될 수 없어”

압둘팟타흐 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서민들의 주식인 빵 가격을 수십 년 만에 높이는 방안을 시사했다고 AP통신 등이 3일 보도했다.

시시 대통령은 이날 나일강 인근 식품산업단지 개장식에 참석해 “정부 보조금이 투입되는 빵값은 지난 20, 30년간 변함이 없었는데 이 같은 상황이 계속될 수는 없다”며 “빵 20개를 담배 한 개비 값에 제공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했다. 이집트 국민의 주식인 빵은 정부가 보조금을 통해 개당 약 3.7원에 제공하고 있다. 이집트 국민은 정부가 보조금을 투입해 제공하는 빵인 ‘아이슈(Aishu)’를 하루 5개씩 살 수 있다.

그는 “이번 사태의 책임은 내가 지겠다”고 했지만 빵값의 인상 폭이나 시기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빵에 지원되는 보조금을 줄여 학생들의 식비에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P통신은 역대 이집트 정부가 빵값에 대한 보조금 개혁을 시도했지만 국민들의 거센 반대에 막혀 무산됐다고 보도했다. 1977년 안와르 사다트 대통령(1981년 사망)은 재임 당시 긴축 조치의 일환으로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해 빵값을 올리려 했으나 수만 명의 국민이 반대하는 ‘빵 봉기’에 직면해 인상에 실패했다. 이후 이집트 정부는 1980년대와 90년대에 빵값을 올리지는 못하고 대신 빵 무게를 줄여 왔다.

시시 대통령의 이번 빵값 인상 추진은 2016년 IMF로부터의 120억 달러(약 13조7000억 원) 규모 구제금융 이후 긴축 조치의 일환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카이로=황성호 기자 hsh0330@donga.com
#이집트#빵 봉기#빵값 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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