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과 놀자!/피플 in 뉴스]네덜란드 공주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3일 03시 00분


코멘트
네덜란드 왕위 계승자 아말리아 공주(가운데). 동아일보DB
네덜란드 왕위 계승자 아말리아 공주(가운데). 동아일보DB
네덜란드의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카타리나 아말리아 공주(18)의 미담이 화제입니다. 그는 성인이 되면 매년 지급되는 생활비와 수당 22억 원을 받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왕실 일원으로서 일정 역할과 의무를 수행하기 전까지는 생활비와 수당을 받지 않겠다는 겁니다. 그는 총리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으로 다른 학생들이 훨씬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상황에서 수당을 받는 건 불편하다”고 밝혔습니다.

네덜란드 언론들은 “생활비와 수당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왕실 구성원은 아말리아 공주가 처음”이라고 전했습니다. 일각에서는 매년 수백억 원의 예산을 쓰는 왕실을 부정적으로 보는 국민 여론을 의식한 행보라는 해석도 나왔지만 “어린 공주가 성숙한 결정을 내렸다”는 호평도 잇따랐습니다. 네덜란드 총리 역시 “공주의 결정을 이해하고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상류층의 도덕적 의무’를 프랑스 말로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합니다. 그리스 군의 총대장 아가멤논은 자신의 사랑하는 딸을 희생시키고 나서야 트로이 전쟁에 출정했습니다. 영국의 앤드루 왕자는 1982년 포클랜드 전쟁에서 직접 전투기를 몰고 참전했습니다. 상류층이 솔선수범하지 않고서는 국민을 움직일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최근 국내에서는 미디어아트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의 아들 문준용 씨(38)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문예위) 지원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문예위가 공모한 ‘2021년 예술과 기술 융합지원 사업’에서 문 씨가 6900만 원의 지원금 대상자로 선정된 겁니다. 문 씨는 18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제 직업은 이런 실적으로 실력을 평가받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문 씨는 지난해에도 파라다이스문화재단과 서울시로부터 각각 예술지원금 3000만 원과 1400만 원을 지원받아 구설에 올랐습니다.

문 씨 논란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절차가 정당한 데 무슨 문제냐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래도 대통령의 아들인데 다른 예술인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것 아니냐 하는 것입니다. 한민호 전 문화체육관광부 국장은 “귀하의 실력을 자랑하기 전에, 귀하보다 어려운 처지의 예술인들을 위해 양보하는 모습을 보이는 게 염치입니다”라고 꼬집었습니다. 한편, 문 씨를 옹호하는 이들은 그의 페이스북에 “주변 사람들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좋은 작품을 만들라”며 응원의 댓글을 달기도 합니다.

문 씨의 행위는 법적 문제나 절차적 결함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많은 국민들이 이 상황을 법적 잣대로만 보지 않는 듯합니다. 대통령 가족에 대한 기대 수준은 일반인에 대한 그것과 사뭇 달라서가 아닐까요. 우리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높이 사는 것은 자신의 이익 추구가 아닌, 공동체를 위한 희생과 솔선수범이 밑바탕에 있기 때문일 겁니다.

박인호 용인한국외대부고 교사
#네덜란드 공주#노블레스 오블리주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