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계정 2년 정지 결정으로 주목받은 ‘페이스북 대법원’은 무엇? [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8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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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세계 최대 소셜 미디어 페이스북이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계정을 2년간 정지하기로 했습니다. 트럼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계정에 대해 2년 정지 결정을 내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CNN
최근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계정에 대해 2년 정지 결정을 내린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 CNN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는 ‘페이스북 대법원’의 판결에 근거해 2년 정지 결정을 내렸습니다. ‘페이스북 대법원’이 뭐하는 곳일까요. 저커버그 CEO를 가상법정의 증인으로 출석시켜 질의응답(Q&A)을 통해 파헤쳐 보도록 하겠습니다. 언론 보도와 법률 블로그 등을 참조했습니다.

Q(페이스북에 대해 궁금한 일반인들): ‘페이스북 대법원(Facebook Supreme Court)’이라고 하면 회사 내부에 법원이 있다는 것인가.

A(저커버그): 아니다. 일종의 별명이다. 정식 명칭은 ‘감독위원회(Oversight Board)’다.

Q: 위원회는 뭐하는 곳인가.


A: 페이스북에는 가짜 뉴스나 공중에게 해가 된다고 판단되는 뉴스가 종종 올라온다. 그런 콘텐츠는 빨리 찾아 내릴지 말지를 결정해야 한다. 자동 알고리즘을 작동시켜 찾아내고 페이스북 경영진이 가부를 결정한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중대하거나 법리적으로 까다로운 결정은 독립적인 위원회에서 다시 한번 심사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는 콘텐츠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는 곳이다. 하급 법원에서 올라온 사안들이 대법원에서 최종 판결을 받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페이스북 감독위원회 멤버 중 한 명인 헬레 토로닝슈미트 전 덴마크 총리. 데일리메일
페이스북 감독위원회 멤버 중 한 명인 헬레 토로닝슈미트 전 덴마크 총리. 데일리메일


Q: 누가 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하나.

A: 나를 포함한 페이스북 경영진이 요청하기도 하고, 중요하다고 판단되면 위원들이 내부적으로 안건을 내기도 한다. ‘트럼프 건’은 내가 요청했다.

Q: ‘트럼프 건’이 뭔지 설명해 달라.

A: 페이스북은 1월 워싱턴 의사당 난입 사태 직후 트럼프 계정 정지 결정을 내렸다. 워낙 중요한 결정이므로 나는 위원회에게 다시 심사해달라고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두 가지를 요청했다. 첫째, 결정의 타당성과 둘째, 정지 기간에 대한 것이다. 난입 사태 후 나는 ‘무기한 정지(indefinite suspension)’ 결정을 내렸다. 위원회에게 구체적으로 기간을 설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지난달 위원회는 판결을 내렸다. 첫째 안건에 대해서는 “정지 결정은 타당하다”는 결론이었다. 하지만 기간 문제는 “페이스북 경영진이 결정해야 한다”며 다시 안건을 우리에게 돌려보냈다. 이에 따라 나는 2년 정지 결정을 내리게 된 것이다.

Q: 당신은 페이스북의 1인자다. 그런 당신이 순순히 따르는 것을 보면 위원회의 권한이 상당히 큰 것 같다.

A: 위원회는 페이스북의 콘텐츠 관련 최종 결정 기구다. 위원회 판단은 나의 결정을 인정할 수도, 뒤집을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나는 위원회 결정에 따른다. 그만큼 내가 공들여 만든 조직이라는 뜻이다.

Q: 만들게 된 계기를 말해 달라.

A: 과거 나는 “페이스북은 진실의 중재자가 아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의견을 자유로이 말할 수 있는 공간이다. 하지만 거짓 정보와 공중 안전에 해가 되는 정보가 많아지면서 감독 필요성이 커졌다. 이 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2년 전쯤 어느 날 노아 펠트먼 하버드대 법대 교수로부터 연락이 왔다. 셰릴 샌버그 페이스북 최고운영담당자(COO)의 친구인 그는 샌버그 집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비슷한 독립적 감독기구의 필요성에 대한 생각이 퍼뜩 들었다고 한다. 위원회는 2년간 준비 기간을 거쳐 지난해 10월 활동을 개시했다.

페이스북 감독위원회의 설계자인 노아 펠트먼 하버드대 법대 교수. 하버드 법대 아시아계 여성 첫 종신 교수인 한국계 석지영(미국명 지니 석) 교수의 전 남편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
페이스북 감독위원회의 설계자인 노아 펠트먼 하버드대 법대 교수. 하버드 법대 아시아계 여성 첫 종신 교수인 한국계 석지영(미국명 지니 석) 교수의 전 남편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스


Q: “공들여 만들었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A: 내가 설립 과정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뜻이다. 처음에는 인맥 소개를 통해 위원들을 선정할 생각이었다. 그랬더니 다들 자기 주변 지인들만 추천해서 비슷한 분야 사람들로만 채워질 듯 했다. 그래서 공개모집 포털 사이트를 마련했다. 어떤 사람들은 자기 추천을 하기도 했다. 88개국에서 접수된 1200여명 후보 중 250차례의 대면 면접과 22차례의 라운드테이블 미팅, 8차례의 심층 워크숍을 통해 정치 법조 인권 언론 학계 등에서 20명을 선정했다(아시아에서는 인도네시아, 대만, 인도, 파키스탄 출신 4명). 앞으로 40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위원 급여, 운영 비용 등은 페이스북이 자체 마련한 1억3000만 달러(1450억원) 규모의 펀드에서 충당한다.

Q: 그렇게 공들여 선정했다는데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인이 별로 없다. 의도적으로 그런 것인가.

A: 대중적인 지명도로 보자면 덴마크 전 총리, 2011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 정도가 가장 유명하다. 첫째 이유는 이름을 걸어놓는 명예직이 아니라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며 진짜로 일을 하는 위원들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둘째는 위원들의 팀플레이 정신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유명인은 아무래도 ‘에고(자아 의식)’가 클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페이스북 감독위원회 위원으로 장녀 이방카를 추천했을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저커버그 CEO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비즈니즈인사이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페이스북 감독위원회 위원으로 장녀 이방카를 추천했을 정도로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 저커버그 CEO가 백악관을 방문했을 때. 비즈니즈인사이더


Q: 위원회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관심이 지대하다고 하던데….

A: 위원 선정 때 장녀 이방카를 추천했다. 위원회가 꾸려진 후에는 전화를 걸어와 “불만족스럽다(unhappy)”고 했다. 첫 번째 탄핵 심판에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했던 스탠퍼드대 법대 교수가 포함된 것에 기분이 상한 듯 했다. 반면 우리 회사 내부와 진보 운동계에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인종차별적 판결을 내린 보수 성향의 전 연방 순회법원 판사가 포함된 것에 반발했다.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없지만 진보와 보수 간의 균형을 맞추는 데 중점을 뒀다.

Q: 독립적 성격의 위원회라고 하지만 유명무실해질 수 있다. ‘페이스북 대법원’을 통해 무엇을 이루고 싶은가.


A: “위원회가 결국 이사회와 비슷한 거 아니냐”는 질문을 받는다. 아니다. 성격이 다르다. 이사회는 주주 이익을 대변하기 때문에 결국 회사의 경영 방침과 대체적으로 부합되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다. 반면 세계 각국에서 멤버들을 선정한 위원회는 미국 내에 존재하는 정치적, 경제적 압력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표현의 자유와 규제의 필요성은 소셜 미디어 이용자와 운영자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문제다. 페이스북이 위원회를 꾸려 조금 먼저 고민을 시작했을 뿐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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