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정부 ‘UFO보고서’ 이달 첫 공개… 외계인 신비 풀릴까[정미경 기자의 청와대와 백악관 사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일 14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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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흥미로운 장면이 있었습니다. 폭스뉴스의 피터 두시 백악관 담당 기자는 조 바이든 행정부를 괴롭히는 질문을 잘 던지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가 양국 정상 기자회견 때 마이크를 잡았습니다.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에 관한 질문을 던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을 웃게 만든 폭스뉴스의 피터 두시 기자(오른쪽). 폭스뉴스
한미 정상회담 공동기자회견에서 미확인비행물체(UFO)에 관한 질문을 던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을 웃게 만든 폭스뉴스의 피터 두시 기자(오른쪽). 폭스뉴스

두시 기자: “미스터 프레지던트, 마지막 질문을 해도 될까요?”

조 바이든 대통령: “음, 평소처럼 못된 질문 하면 안 받아주겠어.”

두시 기자: “아닙니다. 매우 재미있는 질문입니다. 최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하늘을 떠다니는 UFO(미확인비행물체)에 대한 동영상과 자료들을 정부 당국이 수집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이 물체들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른다’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은 이 물체들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바이든 대통령: “(웃으며) 오바마한테 다시 물어볼게.”
기자의 황당 질문과 이를 교묘히 빠져나가는 대통령의 재치에 회견장에는 폭소가 터집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바삐 퇴장 준비를 합니다. 한국 대통령을 나 홀로 단상에 세워놓으면 안 되니까 “빨리 갑시다. 대장(Come on, boss. Let‘s go)”이라는 말과 함께 ’어서 여기를 떠나자‘는 제스처를 취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한국 대통령을 “보스”라고 부른 것이 미국에서 화제가 됐습니다. 격식을 차리지 않는 친한 사이의 호칭이죠. 양국 대통령은 정말 사이가 좋은 듯 보였습니다.

이보다 더 큰 화제가 된 것은 심각한 대통령 기자회견장에서 UFO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UFO에 대한 미국의 분위기가 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었습니다. 그동안 UFO 하면 연상돼온 ’사이비‘스럽고 황당무계한 이미지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물론 질문을 받은 바이든 대통령은 즉답을 피했지만, UFO 존재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죠.

이 질문이 나오게 된 배경 설명을 하자면 기자회견이 있기 나흘 전 오바마 전 대통령은 심야 토크쇼에 출연해 UFO를 화제에 올렸습니다. 그는 “심각하게 하는 말이다. 정부는 미확인물체에 대한 동영상과 기록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이 뭔지 정확하게 모른다. 그 물체들이 어떻게 이동하는지, 비행 궤도를 설명하기 힘들다. 쉽게 설명할 수 있는 패턴으로 움직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현상을 진지하게 조사해서 밝혀내려는 (정부)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미 정상의 기자회견 나흘 전 CBS 심야 토크쇼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왼쪽)’에 화상 출연해 UFO에 대해 얘기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오른쪽).
한미 정상의 기자회견 나흘 전 CBS 심야 토크쇼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왼쪽)’에 화상 출연해 UFO에 대해 얘기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오른쪽).

UFO는 미국에서 오랫동안 낙인찍힌 주제였습니다. ’유에프올로지스트(Ufologist)‘라고 불리는 UFO 연구자들이 많이 존재하지만 적어도 일반 사람들의 대화에서 지나치게 UFO에 관심을 보이면 “제 정신이 아닌 사람” 취급을 당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이제 더 이상 아닙니다. 공정과 신뢰를 중시하는 주류 언론이 UFO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지난달 CBS 유명 시사프로그램 ’60분‘은 “자주 출몰하는 UFO”라는 제목으로 학자, 정부 당국자, UFO를 직접 목격한 군 조종사들의 인터뷰를 엮어 내보냈습니다. 지식인들이 많이 읽는 잡지 ’뉴요커‘는 “펜타곤(국방부)은 언제부터 UFO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나”라는 긴 특집 기사를 실었습니다. 뉴욕타임스(NYT)는 “우리가 UFO에 대해 믿는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미 정계의 ’UFO 전도사‘격인 해리 리드 전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의 인터뷰를 실었습니다.

이렇게 언론이 일제히 주목한다는 것은 조만간 UFO 관련 대형 ’이벤트‘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국가정보국(DNI)과 국방부가 공동 작성해 이달 중 의회에 제출 예정인 UFO 보고서가 바로 그것입니다. UFO 관련 첫 정부 보고서입니다. 정치인들끼리 돌려보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일반에게도 공개되는 보고서라는 데 의미가 있습니다. 정확한 공개 날짜는 아직 나오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8월 데이비드 노퀴스트 당시 국방 부장관은 “펜타곤 내에 UFO 현상을 연구하는 극비 태스크포스가 있다”는 중대 발표를 했습니다. 비슷한 시기에 펜타곤은 의회를 상대로 태스크포스의 연구 결과를 모은 비공개 브리핑을 열었습니다. 당시 마르코 루비오 상원 정보위원장은 “브리핑 내용이 부족하다”며 추가 정보를 수집해 종합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이번에 나올 보고서가 바로 그 보고서입니다.

2017년 12월 16일 뉴욕타임스(NYT) 1면에 실린 UFO 기사. NYT
2017년 12월 16일 뉴욕타임스(NYT) 1면에 실린 UFO 기사. NYT

오랫동안 UFO 존재를 부인해온 정부가 갑자기 브리핑을 열고, 보고서도 내기로 한 데는 2017년 말 NYT 보도가 계기가 됐습니다. UFO 학계에서는 2017년 12월 16일이 역사적인 날입니다. NYT가 1면에 대문짝만하게 “반짝이는 아우라와 ’검은 돈‘: 펜타곤의 비밀스러운 UFO 프로그램”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은 날입니다.

NYT는 이 기사에서 ’외계인의 지구인 납치‘ 같은 허황된 주장은 하지 않았습니다. 국방부 내의 UFO 극비 부서 운영과 자금 조달에 초점을 맞춘 ’소박한‘ 기사였습니다. 그래도 위력은 엄청났습니다. UFO를 열성 팬덤의 영역에서 일반인의 대화 주제로 끌어낸 것이죠.

NYT는 이 기사와 함께 UFO 동영상도 공개했습니다. 지금도 유튜브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04년 USS 니미츠 항공모함 전투기 조종사들이 샌디에이고 상공에서 촬영한 미확인물체 동영상입니다. UFO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잘 알려진 것입니다. 지난달 방송된 ’60분‘ 프로그램에는 당시 UFO를 동시에 목격했던 4명의 조종사 중 2명이 출연해 UFO의 형태와 비행 속도 등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지난달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2004년 니미츠호 전투기 조종사 시절 UFO 목격담을 증언하는 알렉스 디트리히 당시 소령(왼쪽)과 데이비드 프레이보 중령(오른쪽). CBS
지난달 CBS 시사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해 2004년 니미츠호 전투기 조종사 시절 UFO 목격담을 증언하는 알렉스 디트리히 당시 소령(왼쪽)과 데이비드 프레이보 중령(오른쪽). CBS

NYT 보도 후 미 정부 방침은 크게 바뀝니다. 더 이상 감춰봤자 득이 될 게 없다고 판단한 듯 합니다. 2018년 8월 통과된 2019년도 국방수권법은 국방부가 UFO 부서를 계속 유지하고 연구하도록 명시했습니다. 국방수권법에 UFO 관련 내용이 들어간 것은 처음입니다. 2019년 국방부는 군 조종사들에게 UFO 관련 첫 가이드라인을 배포합니다. “미확인물체를 발견할 경우 검열이나 조롱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보장을 해주고 상부에 적극 보고토록 한 것입니다.

이달 중 모습을 드러낼 정부 보고서에 대해 기대가 큰 만큼 회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수십 년 동안 UFO에 대해 많은 정보를 축적한 정부가 단번에 보따리를 크게 풀지는 않을 것이라는 얘기가 들립니다. 사실 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UFO가 공론의 영역으로 나와 무엇이 진실인지 토론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미국의 UFO 연구에서 상당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요즘 미국은 “UFO”라고 하지 않고 “UAP”라고 부릅니다. ’미확인비행물체(Unidentified Flying Object)‘라는 단어가 주는 비과학적 이미지 때문에 미 정부와 언론 등은 ’미확인대기현상(Unidentified Aerial Phenomena)‘이라고 부르는 추세입니다. 우선 “UAP”라는 단어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습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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