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경고에도 꿈쩍 않는 中, 홍콩 선거제 개편안 승인

  • 뉴스1
  • 입력 2021년 3월 30일 15시 24분


코멘트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회가 홍콩에 대한 직접 통제를 강화하는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이번 개편안을 거세게 규탄해 온 만큼, 법안 통과의 후폭풍은 클 것으로 보인다.

30일 로이터통신은 전인대와 협력하고 있는 홍콩의 고위 정치인 마리아 탐의 말을 인용해 전인대가 ‘애국자가 홍콩을 통치해야 한다’는 원칙을 내세워 밀어붙여 온 홍콩 선거제 개편안을 만장일치로 승인했다고 보도했다.

개편안은 중국이 홍콩 입법회에서 반중 세력을 뿌리뽑아 홍콩에 대한 중국 중앙정부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이 주 목적으로, 선거 입후보자 자격을 심사하는 고위급 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앞으로 선거 입후보자들은 새로 설치된 고위급 위원회의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반중 발언이나 시위에 참여한 이들은 자격 심사를 통과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야권 인사들의 출마를 원천봉쇄 할 수 있는 조항인 것이다.

또 홍콩 자치정부 수반인 행정장관을 선출하는 선거인단에서 야권 인사가 대부분을 차지하는 구의원(117석)을 배제한다.

총 선거인단 수는 1200명에서 1500명으로 늘린다. 추가로 뽑는 선거인단은 중화전국공상업연합회 같은 친중 성향의 기업·사회·학술단체 등 직능 단체의 홍콩 회원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중국은 앞서 선거제 개편안 초안이 통과됐을 당시 “지난해 7월 홍콩 보안법 시행에 이은 또 하나의 역사적 성과”라고 자평했다. 그러나 미국과 EU 등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어 중국의 이번 개편안 승인으로 중국과 미국, EU와의 갈등이 한층 더 깊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중국과 서방국들의 전쟁 시즌2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라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 중국과 미국 등 국가들은 중국 신장 위구르족 인권탄압 문제를 두고 상호 제재를 가하고 있다.

앞서 미국은 중국의 선거제 개편을 “자유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이라고 비난하며 이번 법안과 관련된 중국 및 홍콩 관리들을 제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EU 역시 홍콩의 정체성과 번영의 중심인 자유, 민주주의, 정치적 다원주의가 중국 정부의 압박으로 인해 파괴되고 있는 것이 매우 유감스럽다“며 ”우리는 추가적인 조치를 취하는 것을 고려할 것“이라며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다.

1997년까지 홍콩을 통치했던 영국 또한 중국의 이번 결정에 대해 ”중국이 스스로 약속했던 것을 어기고, 홍콩 내 민주적 토의의 공간을 도려내려 하고 있다“며 ”이는 중국의 국제적 책임과 법적 의무 이행에 대한 국제사회의 신뢰를 더욱 떨어뜨리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국제사회의 비판에도 불구하고 중국 정부는 홍콩 문제는 우리의 ‘핵심 이익’이라며 물러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의 영문판 글로벌타임스는 중국은 홍콩 문제를 둘러싼 미국 등 서방국들과 ‘긴 싸움’을 지속할 것이라며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지난 18~19일 열린 미중 알래스카 앵커리지 고위급 회담에서 중국 측은 홍콩 문제와 관련한 미국 측의 공세에 ”홍콩은 분리될 수 없는 중국의 영토“라며 ”미국의 내정 간섭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