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투자자 소유 에어비앤비 규제하라” 베니스 숙박업계 ‘분통’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3월 25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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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유명 관광도시인 베니스와 피렌체에서 세계 최대 숙박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를 규제해달라는 요구가 일고 있다. 이들 도시는 이탈리아 정부에 규제안을 마련해달라고 공식 요청했다. 급속히 늘어나는 에어비앤비 때문에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 등 숙박업계의 생존이 위협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25일(현지 시간) 미국 CNN에 따르면 베니스와 피렌체는 “에어비앤비 서비스를 규제해달라”고 요구했다. 두 도시는 이탈리아 정부에 “에어비앤비 같은 단기임대업은 엄격한 관리가 필요하다”며 “임대 형식을 취하면서 실제로는 숙박 사업을 벌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 도시는 에어비앤비가 호텔이나 게스트하우스보다 낮은 세금을 내고 사업체를 등록해 수익을 내고 있다고 비판했다. 보도에 따르면 개인이 집을 매입해 단기 숙박을 제공하는 형식의 에어비앤비는 현지 법률상으로 숙박업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호텔 등 숙박 시설의 이용료에는 60%의 세율이 적용되지만, 에어비앤비의 렌탈비에는 21%가 적용된다. 때문에 숙박업계는 ‘불공정한 경쟁’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베니스와 피렌체는 이탈리아 정부에 ‘30일 미만의 모든 주택 임차는 관광 목적으로 분류할 것’, ‘1인당 한 도시에서는 에어비앤비를 2곳 까지만 운영할 수 있도록 할 것’, ‘연간 최대 운영 일수를 90일로 제한할 것’ 등을 요구했다. 단기 숙박 서비스인 에어비앤비를 겨냥한 것들이다. 이들 도시에서 운영되는 에어비앤비 중 상당수는 부동산 투자자들의 소유로 알려졌다.

숙박업계의 이러한 제안에 대해 현지 주민들의 의견은 엇갈린다.

베니스에서 게스트하우스를 운영하는 베로니카 그레치 씨는 “에어비앤비가 만들어낸 관광 형태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지적했다. 또 숙소만 제공하는 에어비앤비는 직원과 청소부 등을 고용하는 숙박업소에 비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에어비앤비에서는 주인을 만나지도 않고 코드만 입력하면 열쇠가 나온다. 이것은 관광이나 숙박이 아니라 부동산업”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베니스에서 사회적 기업 ‘베니스 오텐티카’를 운영하는 발레리아 듀플로 씨는 “지금은 규제 그 이상을 내다봐야 할 시기”라며 다른 의견을 밝혔다. 그는 “장기 임대에 대한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며 규제가 최선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에어비앤비 덕분에 도시가 변모했다는 의견도 나온다. 원래 베니스는 비싼 물가 때문에 주택 유지관리나 수선에도 비용이 많이 든다. 때문에 10년 전만에도 도시 곳곳에 낡은 집들이 그대로 방치됐다. 하지만 부동산 투자자들이 낡은 저택을 사들여 깨끗하게 수선하고 에어비앤비로 운영하면서 도시가 훨씬 깨끗해졌다는 의견이다.

2008년 8월 서비스를 시작한 에어비앤비는 2013년 1월 한국에도 진출했다. 지난해 12월 1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했고, 시가총액 110조 원을 돌파했다.

이은택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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