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덕담 편지 안 남기고 떠난다…퇴임 전날까지 정권 인계 불협화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1월 19일 17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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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조 바이든 당선인이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서 심한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8일 외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완화하려고 하자 바이든 당선인 측이 즉각 제동을 걸었다. 또 이미 20일 당선인의 취임식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밝힌 트럼프 대통령은 차기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맞이하고 후임자를 위한 덕담을 쓴 편지를 남기는 관례 또한 지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18일 “지난해 3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유럽, 영국, 브라질 발(發) 외국인 여행객에게 부과한 입국제한 조치를 26일부터 일괄 해제한다”고 밝혔다. 최근 미국행 여행객에게 코로나19 음성 확인서를 제출하도록 했기에 입국 제한은 풀어도 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바이든의 입’으로 불리는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 지명자는 즉각 트윗을 통해 “전염병 대유행이 악화되고 전염성이 높은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난 지금 공중보건 조치를 강화해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는 26일 입국 제한을 해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양측 대립은 방역 조치를 둘러싼 견해차를 넘어 지난해 11월 대선 이후 줄곧 누적된 갈등이 분출된 결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줄곧 부정 선거를 주장하며 지지층의 불복을 촉구했다. 또 퇴임을 앞뒀음에도 당선인 측과 협의 없이 국내외 규제를 강화하고 측근에 대한 사면을 남발했다. 그는 퇴임을 하루 앞둔 19일에도 약 100명의 사면을 단행하기로 했다. 바이든 당선인 또한 대통령 측이 정권 인수에 협조하지 않는다며 줄곧 불만을 표했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20일 오전 바이든 당선인 부부를 백악관으로 초청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원래 취임식 당일 오전 물러나는 대통령 부부가 후임자 부부를 백악관 북쪽 현관에서 맞이해 담소를 나누고 취임식이 열리는 의회 앞으로 함께 이동했지만 이 관례가 깨지는 셈이다. 대신 백악관 총지배인 역할을 하는 티머시 할리스 총무비서관이 바이든 부부를 맞이한다. 대통령 부인 멜라니아 여사 역시 인수인계 기간 중 당선인 부인 질 여사에게 차를 대접하는 관행을 지키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무실의 ‘대통령 전용 책상’(resolution desk)에 바이든 당선인을 위한 편지 역시 남겨두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 때부터 시작된 전통으로 트럼프 대통령 또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편지를 받았다. 특히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은 1993년 1월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에게 “당신의 성공이 곧 미국의 성공이므로 열렬히 응원한다”는 편지를 남겨 큰 감동을 안겼다. 대선 때는 치열하게 싸워도 선거가 끝나면 상대를 인정하고 정권의 성공을 기원해주는 미 정치의 품격과 전통이 훼손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식인 20일 아침 워싱턴 인근 앤드루스기지에서 전용기 에어포스원을 타고 남부 플로리다주로 떠나기로 했다. 임기 중 마지막 전용기 탑승으로 바이든 당선인이 이날 정오에 취임 선서를 하기 전까지는 자신이 대통령 신분임을 이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앤드루스기지에서는 떠나는 대통령을 위한 각종 행사 또한 펼쳐진다. 일각에서는 ‘퇴임 대통령이 아니라 국빈 방문을 하는 현직 대통령의 출국행사 같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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