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거부자 명단 EU와 공유”… 백신 블랙리스트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12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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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명중 1명꼴 접종 거부에 강수
“변이 창궐 감안 불가피한 조치”
“과도한 사생활 침해” 찬반 맞서

유럽연합(EU) 회원국인 스페인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접종 거부자 명단을 만들어 나머지 회원국과 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발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유럽 상황을 감안할 때 불가피한 조치’란 의견과 ‘과도한 사생활 침해’란 반론이 맞선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살바도르 이야 스페인 보건장관은 28일 “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의 명단을 작성해 EU 회원국과 공유할 계획”이라며 “백신 접종이 의무는 아니지만 다른 유럽국과의 정보 공유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명단을 외부에 공표하지 않을 것이며 거부자의 소속 회사 및 고용주에게도 비공개로 하겠다고 강조했다.

27개 EU 회원국은 이달 27일부터 의료진과 요양원 거주자 등을 상대로 미국 화이자와 독일 바이오엔테크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우선 접종을 실시하고 있다. 아직 대규모 일반인 접종이 시작되지 않았음에도 유럽 전반에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의견이 적지 않아 각국 보건당국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EU 회원국은 역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한 ‘솅겐조약’에 의해 국경 간 이동에 제약을 받지 않는다. 특정 국가가 국내 방역을 잘한다 해도 역내 다른 국가에서 코로나19가 창궐하면 순식간에 전 유럽으로 퍼질 수 있다. 이야 장관의 명단 작성 방침 또한 이런 우려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코로나19 백신이 너무 짧은 시간에 개발됐다며 안전성 우려를 제기한다. 홍역, 소아마비 등 과거 백신 개발에는 최소 수년이 소요된 반면 코로나19 백신은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아 완성됐다. 의료계는 “그간 기술의 진보를 고려해야 한다”고 접종을 독려하고 있지만 시민들의 불신이 여전하다.

누적 확진자가 약 190만 명인 스페인에서는 지난달 여론조사에서 ‘백신을 맞지 않겠다’는 응답이 47%에 달했다. 이달 조사에서는 이 비율이 28%로 감소했지만 여전히 3명 중 1명 가까이가 백신을 거부하고 있다. 누적 확진자가 각각 약 260만 명, 약 130만 명인 프랑스와 폴란드에서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이 41%, 20%에 그쳤다.

파리=김윤종 특파원 zozo@donga.com
#스페인#백신#블랙리스트#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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