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임하러 갔다가 독감주사 맞아 임신…110억 배상 판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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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0년 11월 18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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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아기는 선천적 뇌 기형
“병원 지원하는 연방정부에 책임”

기사와 직접관련 없는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기사와 직접관련 없는 자료사진. 출처 | ⓒGettyImagesBank
미국에서 피임주사를 맞으러 갔다가 간호사 실수로 독감 백신 주사를 대신 맞아 임신한 여성과 그 가족에게 정부가 1000만 달러(약 110억 5000만 원)를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시애틀타임스는 워싱턴주 서부 연방지방법원은 최근 연방정부가 아이의 부모에게 각각 150만 달러와 100만 달러를, 아이에게는 750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고 17일(현지 시간) 보도했다.

재판부는 “정부가 원치 않는 임신을 겪은 부모와 ‘불편한 삶’을 살게 된 아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시했다.

해당 여성이 찾은 병원은 연방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고 저소득층과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환자들을 치료하는 곳이기에 연방정부에 배상 책임이 있다고 본 것이다.

배상 금액은 부모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보상과 아이에게 평생 발생할 치료비, 교육비 등이 고려됐다.

엘살바도르 난민으로 16세 때 미국으로 이주한 여성 예세니아 파체코는 지난 2011년 9월 ‘데포프로베라’라는 피임 주사를 맞기 위해 시애틀의 한 병원을 찾았다. 이 주사제는 3개월마다 맞아야 피임 효과를 볼 수 있다. 파체코는 이미 두 자녀를 낳아 키우고 있어 피임을 결심했다.

그러나 이 병원의 간호사는 파체코의 진료기록을 확인하지 않고 데포프로베라 대신 독감 백신을 접종했다. 파체코는 두 달 이상 지나 다음 접종을 예약하기 위해 전화를 한 후에야 자신이 주사를 잘못 맞은 사실을 알게 됐다. 그때는 이미 임신 중이었다.

현재 8살이 된 아이는 ‘양측성 다왜소뇌회증’이란 희소병을 갖고 태어났다. 선천성 뇌 기형 장애로 이 아이는 지능지수(IQ)가 70이고 인지 지연, 언어 능력 저하, 간질, 시력 저하 등의 합병증을 앓고 있다.

파체코 측 변호인은 “아이의 부모는 딸의 치료와 교육에 필요한 천문학적 비용을 지원받게 돼 기뻐하고 있다”면서도 “정부가 사건 초기 책임지기를 거부하는 등 길고 힘든 싸움이었다”고 말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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