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 스캔들 카를로스 1세 前 스페인 국왕 “스페인 떠나겠다”

  • 뉴시스
  • 입력 2020년 8월 4일 11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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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안 카를로스1세 아들 펠리페6세 국왕에 밝혀
스위스 검찰, 그의 해외계좌 수사 중

스페인의 후안 카를로스1세 전 국왕이 3일(현지시간) 아들 펠리페6세 국왕에게 보낸 편지에서 앞으로 스페인을 떠나서 다른 나라에 가서 살겠다고 밝혔다고 ‘엘 파이스’ (El Pais ) 신문을 비롯한 외신들이 보도했다.

2014년 퇴위한 그의 이 번 결정은 금융비리 혐의에 대한 국내외 사법기관의 조사가 진행 중에 나온 것이며, 그는 탈세 및 돈세탁과 관련, 해외 계좌에 대한 수사를 받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스페인 왕실이 공개한 카를로스1세의 편지는 “과거의 어떤 사건들로 인해 시작된 국민 대중의 반발에 직면해서 이 나라를 떠나려고 한다”고 밝히고 있다. 아들인 국왕의 국정운영을 용이하게 해주기 위해서 그렇게 하는 것이라는 말도 덧붙였다.

“1년 전 나는 더 이상 공식적인 활동을 수행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이는 그러는 것이 스페인과 국왕인 너를 위한 최선의 봉사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이제는 당장 이 순간부터 그 동안 심사숙고했던 국외 이주 결정을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고 카를로스1세는 편지에 썼다.

그러나 어느 나라로 갈 것인지 행선지에 대해서는 편지에 밝히지 않았다.

스페인 왕실은 이 번 편지를 공개하면서 “카를로스1세 전 국왕의 결정을 존중하며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후안 카를로스1세가 프란치스코 프랑코 장군의 군사독재로부터 스페인을 1970년대와 1980년대 말에 걸쳐서 민주국가로 이행시킨 공로에 찬사를 보냈다.

한편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은 아버지 후안 카를로스 1세 전 국왕의 금융 비리 주장과 관련, 아버지로부터 받을 수 있는 미래의 개인 유산을 포기했다고 스페인 왕실이 지난 3월15일 밝힌 바 있다.

왕실은 성명에서 펠리페 6세가 상속권을 포기하는 것 외에도 후안 카를로스 1세에게 지급되던 연봉을 박탈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결정은 스위스 검찰이 후안 카를로스 1세의 해외계좌에 대해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내려졌다.

스위스의 트리뷴 드 제네바지에 따르면 이 계좌에는 2008년 사우디아라비아의 고 압둘라 국왕으로부터 뇌물인 것으로 추정되는 8800만 유로(약 1196억원)이 입금됐다.

또 영국 텔레그래프는 후안 카를로스 1세가 스페인 왕위에 있을 때 사우디로부터의 선물이라고 주장한 6500만 유로(약 884억원)가 들어 있는 스위스 계좌를 관리하는 역외 펀드의 수혜자로 펠리페 6세가 선정됐다고 보도했다.

펠리페 6세는 그러나 3월의 성명에서 그 역외 펀드에 대해 아무 것도 알지 못한다고 밝혔다.

후안 카를로스 1세 전 스페인 국왕은 1975년 국왕이 돼 스페인 민주화의 기반을 다지며 스페인을 의회민주주의 국가로 변모시켰고 1982년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1986년 유럽공동체 가입을 통해 세계화와 유럽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2008년 경제위기로 스페인이 어려움에 빠지고 2011년 둘째 사위의 공금횡령 사건에 크리스티나 공주가 연루된 것, 2012년 호화 코끼리 여행 등으로 인기가 하락하자 2014년 6월 왕세자 펠리페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퇴위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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