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軍투입 반대 에스퍼 해임할 뻔…美국방, 사직서 준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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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흑인 시위’ 현장에 연방군 동원 방침에 반기를 들었던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을 지난주에 해임할 뻔 했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다수의 관리를 인용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조지 플로이드 사망 이후 워싱턴D.C와 미니애폴리스 등으로 확산된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연방군을 투입한다는 방침에 에스퍼 장관이 지난 3일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것에 대해 진노했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날 에스퍼 장관을 해고할 생각을 갖고, 여러 참모들과 이에 대해 협의했다. 협의 과정에서 참모들은 인사 조치에 우려를 전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부 수장을 즉각 해임한다는 생각을 일단 접었다.

◇에스퍼 장관, 좌절감에 사직서 준비=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고 있던 에스퍼 장관은 자진 사퇴를 준비했었다. 군의 역할에 관해 국군통수권자와의 의견 차이에 좌절감을 느꼈다는 것이다. 에스퍼 장관은 사직서를 준비했지만 그의 측근과 참모들이 이를 만류했다.

에스퍼 장관은 지난 3일 국방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법 집행에 현역군을 동원하는 건 최후의 수단으로, 가장 시급하고 절실한 상황에서만 사용돼야 한다. 우린 지금 그런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당시 기자회견 내용은 사전에 백악관과 조율을 거친 것이 아니었고, 이 때문에 백악관 관리들은 당혹스러워했다.

관리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폭력이 지역 경찰과 주방위군을 압도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폭력을 진압하기 위해 현역 연방군을 투입하는 것을 선호했다. 마크 밀리 합참의장 등 대통령의 참모진은 대통령의 반란진압법 발동을 막았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 관리들은 에스퍼 장관이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교회에 간다는 건 알았지만 사진 촬영을 할 줄은 몰랐다”고 한 발언에 의해서도 동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저녁, 폭력 시위에 군대를 동원하겠다고 엄포를 놓은 뒤 전날 밤 시위 과정에서 잠시 화재가 발생했던 세인트존스 교회까지 걸어가서 성경을 들어 보이며 사진 촬영을 했다.

이 과정에서 평화롭게 시위에 참여하고 있던 시민들을 최루탄을 사용해 강제 해산해 맹비난을 받았다. 에스퍼 장관은 다른 백악관 참모들과 함께 대통령의 교회 방문에 동행했다.

◇에스퍼 장관, 대체자 없어=트럼프 대통령은 에스퍼 장관 해임을 놓고 마크 메도우 백악관 비서실장,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트럼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외부 자문그룹 가운데 한 명인 데이비드 어번, 톰 코튼(아칸소) 및 제임스 인호프(오클라호마) 상원의원 등에게 자문했다.

이들은 에스퍼 장관을 해임하면 트럼프 행정부가 곤경에 빠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즉, 그를 대체할 적임자가 거의 없고 또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국방부를 수장이 없는 상태로 남겨둘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군 재건 노력을 거듭 내세워왔다.

트럼프 대통령을 격노하게 했던 국방부 기자회견이 끝난 뒤 에스퍼 장관은 사전에 잡혀 있던 회담을 위해 백악관을 찾았다. 그곳에서 그는 대통령과 대면했고, 이 자리에서 두 사람은 갈등을 봉합했다고 관리들은 전했다.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지난 3일 브리핑에서 “대통령이 여전히 에스퍼 장관을 신뢰하고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 시점에서 에스퍼 장관은 여전히 장관”이라고 답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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