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강제징용-수출규제 동시에 풀 기회”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6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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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지한파’ 오코노기 교수 인터뷰
“한국서 日기업 자산 매각 절차… 되레 양국 교섭위한 환경 만들어
日정부도 외교적 해법 목소리… 이르면 올여름 문제 해결될 것”

“한국 사법부가 일본 기업 자산을 강제 매각하는 절차를 시작한 게 오히려 기회다. 한국과 일본이 ‘징용’과 ‘수출 규제’ 문제를 동시에 처리해야 한다.”

일본의 대표적인 지한파 지식인이자 한반도 정치를 전공한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75·사진) 게이오대 명예교수는 8일 동아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내가 일본 기업 자산 강제 매각을 보는 관점은 다른 전문가와 좀 다르다”면서 이같이 말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이 최근 일본제철에 대해 압류결정문 ‘공시송달’ 결정을 내리고, 한국 정부가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 규제 관련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절차를 재개한 것에 대해 “한일 간 교섭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공시송달은 일본제철이 압류결정문을 본 것으로 간주하고 다음 절차로 넘어가겠다는 사실을 알리는 법률 행위다.

오코노기 교수는 특히 한국 법원의 공시송달 결정 이후 양국 정부의 반응에 주목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4일 “양국 관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는 합리적 해결 방안을 논의해 나가는 열린 입장으로 임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상은 5일 “현금화가 되는 심각한 상황은 피해야만 한다. 그 전에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데는 일본과 한국의 인식이 일치했다”며 “외교 경로를 포함해 확실하게 협의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청와대와 총리 관저가 얼마나 의식하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외교 당국 사이에는 해결책 마련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이르면 올여름에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징용 혹은 수출 규제 문제가 정치적으로 엮여 있기 때문에 ‘동시 처리’가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한국 측이 일본 기업 자산 강제 매각을 어떻게 막을지 아이디어를 낸다면 징용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일본에 퍼져 있다”고 말했다. 징용 문제 해결 조짐이 보이면 일본 측도 수출 규제 해제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오코노기 교수는 모테기 외상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의 뒤를 이을 ‘포스트 아베’ 후보군에 포함돼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점으로 꼽았다. 오코노기 교수는 “차기 총리 후보로 꼽히는 모테기 외상은 외교 성과가 필요하다”며 한국과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일본 언론들은 무소속 윤상현 의원이 8일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징용 문제 해법으로 20대 국회에서 발의했던 법안(한일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성금으로 징용 피해자에게 배상)을 재발의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9일 일제히 보도했다. 일본 측은 소위 ‘문희상 해법’이 징용 문제 해결을 위해 ‘나쁘지 않은 안’이라고 보고 있다.

도쿄=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
#한일#강제징용#오코노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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