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보안법 가결…美, 홍콩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

  • 동아일보
  • 입력 2020년 5월 28일 21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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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중국을 향해 칼을 빼들었다. 첫 조치는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이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중국이 홍콩 국가보안법을 통과시키기 전인 27일(현지 시간)에 ‘홍콩이 중국으로부터 고도의 자치권을 유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의회에 냈다. ‘홍콩 보안법 처리를 강행하면 실제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메시지를 던짐으로써 마지막까지 압박을 계속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국무부 고위 인사들은 관련 발언을 쏟아내며 총공세를 폈다. 데이비드 스틸웰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27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과 관련해 대응할 수 있는 ‘매우 긴 리스트’가 있다”고 말했다. 키스 크라크 국무부 경제 담당 차관이 이날 세미나에서 “미국 등에 기생해온 중국의 경제정책을 더 이상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중국이 28일 전국인민대표대회(전국인대)에서 홍콩 보안법을 처리함에 따라 미중 관계는 ‘루비콘강’을 건너게 됐다. 미 정부는 예고한 대로 홍콩 특별지위 박탈 절차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홍콩이 특별지위를 잃으면 중국에 부과해온 최대 25%의 보복 관세, 민감한 미국 기술에 대한 수출 규제, 미국 입국 시 까다로운 심사 등이 홍콩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해외 자본이 이탈하면 글로벌 금융 허브로서 홍콩의 지위가 추락해 중국의 해외자금 조달 창구가 닫힐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제는 이런 조치가 미국에도 타격을 입힌다는 점이다. 미 무역대표부(USTR)에 따르면 2018년 미국과 홍콩의 상품 및 서비스 교역 규모는 660억 달러다. 홍콩에서 활동하는 미국 기업은 1300개, 이 중 홍콩에 지역본부를 둔 기업은 290개에 달한다. 중국이 이들 기업의 홍콩 및 중국 본토 내 사업을 제한하며 맞대응에 나서면 미국이 입을 피해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당장 홍콩의 특별지위를 박탈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재선을 앞두고 경제성과가 절실한 상황인 만큼 백악관은 대응 수위를 고심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전면적인 지위 박탈 대신 중국의 대응에 따라 선별적이고 단계적인 대응에 나서 부작용을 최소화할 가능성도 있다. 재무부는 홍콩 보안법 제정과 관련된 중국 관리나 기업에 대한 거래 제한, 자산 동결, 비자 제한 등의 제재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을 앞세운 미국의 금융제재를 집행해온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저승사자’로 불릴 만큼 무시무시한 곳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이란 북한 등과 협력해온 중국인이나 중국 기업을 제재한 적은 있지만 중국의 정책 집행을 문제 삼아 제재에 나서는 것은 전례가 드물다. 그만큼 상징적인 처벌 효과도 크다.

중국의 인권 문제는 미국이 갖고 있는 또 다른 압박 카드다. 미 하원은 이날 위구르족 등 중국 내 소수민족의 인권 탄압을 막기 위한 ‘위구르 인권법’을 찬성 431 대 반대 1의 압도적 지지로 통과시켰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뉴욕=박용 특파원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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