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교토 윤동주碑 주변 ‘무궁화 테러’…벌써 10차례 수난

  • 뉴스1
  • 입력 2020년 5월 12일 12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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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부 우지시에서 세워져 있는 ‘시인 윤동주 기억과 추모의 비’ (주오사카 대한민국 총영사관) © 뉴스1
일본 교토부 우지시에서 세워져 있는 ‘시인 윤동주 기억과 추모의 비’ (주오사카 대한민국 총영사관) © 뉴스1
일본 교토(京都)부에서 윤동주 시인(1917~45년) 추모비 주변에 심어져 있는 무궁화나무를 훼손하는 사건이 발생해 관련 단체가 경찰에 수사를 의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이니치·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시인 윤동주 기념비 건립위원회’ 대표 안자이 이쿠로(安齎育郞) 리쓰메이칸(立命館)대 명예교수는 11일 교토부 우지(宇治)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누군가 추모비 앞 무궁화 줄기 상단과 가지를 부러뜨리는 등 피해를 준 사실이 작년 12월부터 이달 중순까지 10회 이상 확인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안자이 교수는 “피해가 발생했을 때마다 위원회원들이 부목 등을 덧대 치료했지만 이런 일이 여러 번 벌어져 한때 1m 이상 높이까지 자랐던 나무가 지금은 약 70㎝가 됐다”며 “줄기와 가지 곳곳엔 찢긴 흔적이 남아 있다”고 말했다.

윤동주 시인은 일제 강점기였던 1943년 교토부 교토시 소재 도시샤(同志社)대학을 다니던 중 당시 금지돼 있던 한글로 시(詩)를 쓰고 조선 독립운동에 가담했다는 등의 혐의(치안유지법 위반)로 일본 경찰에 체포돼 1945년 2월16일 후쿠오카(福岡) 형무소에서 27세 나이에 옥사했다.

이후 윤 시인의 뜻을 기리는 일본 시민들은 2005년 기념비 건립위원회를 만들어 윤 시인이 경찰에 체포되기 전 친구들과 다녀갔던 우지천(川) 아마가세(天ケ?) 흔들다리 옆에 2017년 10월 ‘시인 윤동주 기억과 화해의 비(碑)’를 세웠다.

또 기념비 건립 2주년이던 작년 10월엔 재일본대한민국민단(민단) 교토부 지방본부가 우지시와의 협의를 거쳐 Δ한일 양국의 우호와 Δ윤 시인의 평안을 바라는 의미에서 한국의 국화인 무궁화를 비석 주변에 심었다.

위원회 측에 따르면 훼손된 무궁화나무 주변에서 그 동기를 추정할 만한 낙서나 편지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안자이 교수는 “만약 (무궁화) 식수나 추모에 이의가 있어 그런 행위를 한 것이라면 나무를 부러뜨릴 게 아니라 언론을 통해 주장해야 한다”며 “이유여하를 불문하고 생명의 소중함을 노래하는 비석 앞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식물을 훼손하지 말았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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