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뉴욕서 잠자던 노숙자 ‘묻지마 살인’…4명 사망, 1명 중태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6일 07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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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파이프 든 24세 남성, 현장에서 체포
중상자도 1명 병원에 옮겨져

미국 뉴욕의 맨해튼에서 노숙자 남성 한 명이 다른 노숙자 4명을 마구잡이로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하고 다른 한 명을 중태에 빠뜨린 사건이 5일 새벽(현지시간) 발생했다.

뉴욕 경찰(NYPD)은 약 3피트(91cm) 길이의 쇠 파이프를 휘둘러 노숙자들을 잇달아 살해한 혐의로 용의자 루디 로드리게스 산토스(24)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그가 아직 훙기인 파이프를 손에 쥐고 있는 상태에서 체포했으며, 구속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산토스는 이날 새벽 1~2시께 맨해튼 남부 차이나타운 일대를 돌아다니면서 잠자고 있던 노숙자들을 공격했다.

맨해튼경찰서장 마이클 발다사노는 5일 기자회견에서 “살해 동기는 아직까지는 특정한 이유가 없는 무차별 살인으로 보인다. 피살자들이 인종, 나이 등 특별한 특성 때문에 살해된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맨해튼은 미국 내에서도 노숙자들이 많은 도시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희생자들은 맨해튼의 차이나타운 구역 빌딩 현관부근이나 인도에서 잠자다가 변을 당했다. 낮이면 통행인구가 많아 복잡하지만 밤이 되면 텅 비는 곳들이다.

경찰은 911 전화를 받고 새벽 2시께 출동했는데 이 때만해도 한 명에 대한 타격이 진행되고 있었다. 경찰은 한명의 시신이 길 위에 있고 다른 한 명은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후송했다. 이후 부근을 수색하던 중 피살된 시신 2 구를 더 발견했다.

흰 천에 싸인 시신들과 혈흔이 낭자한 건물 입구 등의 사진이 뉴욕 포스트에 게재되었지만 아직까지 피해자들의 신원은 공개되지 않고 있다.

경찰은 중상으로 입원한 유일한 생존자가 의식을 되찾는대로 조사를 할 계획이라고말했다.

근처에서 잠자던 또 다른 노숙자 스티븐 밀러는 피살자 가운데 한 명을 알고 있지만 친절하고 조용한 사람이었다며 “우린 이름은 서로 모르지만 매일 만나던 사이였다. 그 사람은 근근히 살아가는 것 외에 어떤 짓도 하지 않았다. 빗 속에서 노숙하고 있던 것을 떠올리면 정말 안됐다. 그런 형편이라고해서 목숨을 유지할 수 없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뉴욕시의 노숙자들은 지난 10년간 사상 최대로 증가했으며 뉴욕시의 가장 범죄에 취약한 주민이 되었다. 최근 5년간 한 해 평균 7명의 노숙자가 피살되고 있다.

빌 더블라지오 시장은 취임 초기부터 노숙자 수를 줄이고 이들을 거리에서 쉼터로 수용하는 정책을 펴왔지만 갖가지 난관으로 진척이 되지 않았다. 시 당국은 더 많은 노숙자 수용시설을 확보하려 하지만 이웃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 부닥쳐 있다.

사건이 발생한 맨해튼 지역은 원래 새로운 이민의 거리로 명성을 날려온 곳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면서 낮에는 중소 영업점과 식당, 중국인 상점 등과 관광객들로 북적이다가 밤이되면 대부분 인적이 끊기고 있다.

【뉴욕=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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