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과 동등한 보상을”… 女월드컵 결승전 달군 ‘축구 성차별’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7월 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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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여자대표팀 ‘공정 보상’ 제기
여자 월드컵 4번째 우승에도 상금은 남자팀의 3분의 1 수준
러피노와 설전 트럼프 축하 트윗… 백악관 초청 여부는 말 아껴


7일 미국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여자 월드컵이 ‘스포츠 성(性) 대결’ 논란에 휩싸였다. 이날 결승전이 열린 프랑스 스타드 드 리옹 경기장에서 상당수 관객들이 ‘공정 보상(Equal pay)’ 구호를 외쳤다. 이날 네덜란드를 2-0으로 물리치고 네 번째 우승컵을 들어올린 미 여자 축구대표팀이 경기장 밖에서 벌이고 있는 ‘성 차별과의 싸움’을 응원하는 구호다. 주장 메건 러피노(34·사진)가 이끄는 미 여자 대표팀 28명은 앞서 미국 축구협회를 상대로 “남성 대표팀과 동등한 보상을 해 달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본격화된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에 이어 ‘남녀 공정 보상’ 문제가 본격화할 것임을 예고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 “공은 둥글지만 보상은 불평등”

미 여자 축구대표팀은 명실상부한 당대 최고의 팀이다. 1991, 1999, 2015년에 이어 네 번째 정상에 올랐을 뿐 아니라 올해 대회에서는 부동의 경기력을 뽐냈다. 미국은 7경기 동안 역대 최다인 26골을 터뜨렸고 실점은 단 3골만 허용했다. 총 6골을 넣은 주장 러피노는 최우수선수(MVP) 격인 ‘골든볼’과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에게 수여되는 ‘골든부츠’상도 독식했다. 이는 미 남자 축구대표팀의 성적과 대조적이다. 남자 팀은 월드컵 우승은커녕 지난해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 남자팀은 이날 열린 ‘북중미 월드컵’ 골드컵 결승에서도 멕시코에 패했다.

여자 대표팀은 이 점을 문제 삼는다. 성적이 훨씬 떨어지는 남자 선수들이 여자 선수들보다 경기당 3배 이상 많은 보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미 CBS는 “미 축구협회는 ‘여자 경기의 수익이 더 적고 시청률도 낮아 보상을 덜 받는다’고 주장하지만 협회 보고서에 따르면 여자 대표팀이 2015년 월드컵 우승 후 3년간 남자 대표팀보다 더 많은 수익을 창출했다”고 지적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 16강에서 탈락한 미 남자 대표팀은 537만5000달러(약 63억4518만 원)의 상금을 받았다. 반면 2015년 캐나다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미 여자 대표팀의 상금은 172만 달러(약 20억3046만 원)에 불과했다.

몰리 레비슨 여자 대표팀 대변인은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더 적은 보상을 받고 있다”며 즉각 시정을 요구했다. ‘미 정계의 아이돌’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하원의원(민주·뉴욕)도 트위터에 “여자 대표팀이 최소 2배 많은 보상을 받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미 남자 대표팀도 여자 대표팀의 싸움을 지지하고 있다.

○ 러피노 vs 트럼프

올해 여자 월드컵 우승 상금은 3000만 달러로 남자 대회의 1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지난해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상금은 4억 달러(약 4680억 원)다. 잔니 인판티노 FIFA 회장도 “2023년 여자 월드컵 상금을 두 배로 올린다”고 약속했지만 여자 선수들의 분노는 가라앉지 않고 있다.

러피노가 이를 주도한다. 커밍아웃한 동성애자이자 반(反) 도널드 트럼프 인사로도 유명한 그는 이번 대회 내내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러피노는 여자 월드컵 결승, 코파 아메리카 결승, 골드컵 결승을 같은 날 열리도록 일정을 짠 축구협회의 행정을 비판했다.

그는 지난달 말 예선 경기 도중 “우승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백악관 초청에 응하지 않겠다”고 주장해 “우승부터 하고 얘기하라”는 트럼프 대통령과 설전을 벌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승 직후 트위터에 축하 메시지를 올렸지만 백악관 초청 여부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다. 살펴볼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

10일 뉴욕 맨해튼에서는 여자 대표팀의 우승 기념 축하 행사가 열린다. ‘공정한 보상’ 구호가 맨해튼 거리에 다시 한번 울려 퍼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박용 특파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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