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한반도 전문가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목적 달성 못해”

  • 뉴스1
  • 입력 2019년 7월 8일 18시 25분


최근 한국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반도체·디스플레이 관련 핵심소재 수출규제 강화는 “그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것”이란 비판이 일본 학계로부터 제기됐다.

일본 고베(神戶)대 한반도 문제 전문가인 기무라 간(木村幹) 교수는 8일 온라인에 먼저 공개된 뉴스위크 일본어판 최신호(9일 발매) 기고문을 통해 “경제제재만으로 다른 나라의 어떤 정책을 바꾼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는 대학 수업 때 배운 국제정치학에서도 상식에 속하는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기무라 교수는 특히 “제재는 대상 국가의 여론을 자극해 더 강경한 방향으로 단합시키는 효과를 갖고 있다”며 제2차 세계대전 시기 일본을 그 예로 들기도 했다. 당시 일본군의 프랑스령 인도차이나 진군으로부터 촉발된 미국의 석유금수 등 대(對)일본 경제봉쇄가 일본 경제에 큰 타격을 줬지만, 이에 일본은 굴복하기는커녕 결과적으로 태평양전쟁을 일으켰다는 게 기무라 교수의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의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지난 3일 실시한 일본의 수출규제 강화 문제에 관한 조사 결과를 보면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등 국제법적 대응’을 요구한 응답자가 45.5%, ‘경제보복 등 맞대응’이 24.4%였고 ‘양보를 통한 외교적 해결’은 22.0%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기무라 교수는 “한국민의 70%가량은 일본에 양보할 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대응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해석했다.

기무라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도 일본 정부·여당 인사들이 강경론을 펴고 국내에서 그에 호응하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는 건 “최근 일본에서 높아지고 있는 한국에 대한 반감 때문”이라며 “한국은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나라여서 결국 일본에 굴복할 것으로 ‘믿는’ 사람들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한국의 경제적 취약성에 대한 이미지는 1997년 외환위기 경험 등에서 비롯된 것”이라면서 “그로부터 20년 이상 지난 지금 한국의 경제 상황은 완전히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한국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했고, 오늘날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역흑자는 이미 일본을 웃돌고 있다는 게 기무라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90년대 이전엔 한국의 국제적 영향력이 매우 작고 일본이 ‘아시아 유일의 경제대국’이었지만, 이후 일본의 장기침체 속에 한국은 경제 발전을 이루면서 미국의 국제 전략에서도 입지가 크게 달라졌다”고 부연했다.

기무라 교수는 “결국 이번 정책은 한국을 향한 게 아니라 일본 국내에 대한 ‘결의 표명’”이라면서 “정책의 효력이 아니라 거기에 담긴 ‘한국을 혼내주겠다’는 메시지가 정부·여당이 일련의 조치를 취하고 사람들이 지지하게 만든 이유가 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는 “이는 우리가 한일관계 개선, 역사인식 문제 해결 자체를 오래 전에 포기한 게 아닌가 하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기도 하다”며 “한국 사람들에게 징용·위안부 등 일본과의 역사인식 문제는 국가정체성에 관한 것이어서 경제적 이익과 쉽게 거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고도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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