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유물 구한 ‘인간사슬’ 영웅들 연일 화제

  • 뉴시스
  • 입력 2019년 4월 17일 15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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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소방청장, 불길 보고 "유물 구하는 게 우선" 판단
소방관·경찰·공무원 등으로 200m 인간 사슬 만들어
"함께 하게 해달라" 요청한 성직자, '가시면류관' 구해와

세계를 충격에 빠뜨린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속에서 유물을 구하기 위해 ‘인간 사슬’을 만들어 불길로 뛰어든 사람들의 영웅적인 노력에 국제사회의 찬사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16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약 400명의 소방관과 경찰관, 성직자들의 용기로 상당수의 유물을 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들의 “굉장한 용기”를 칭찬했다.

소방당국이 화재를 인지한 것은 15일 6시50분께. 장클로드 갈레 파리시 소방청장은 안 이달고 시장을 만나 “나무로 된 첨탑을 구하는 것은 힘든 상황이다. 지금은 유물을 구하는 것이 우선이다”고 설명했다.

소방관들의 1차 목표도 ‘최대한 많은 보물을 찾아 안전한 곳으로 가져오는 것’이 됐다. 이들은 인간 사슬을 엮어 불길 속으로 진입했다.

파리 소방대 관계자는 “당시 시간과 바람은 우리 편이 아니었다. 우리는 빠르게 꼭대기(첨탑)로 다가갔다”고 했다. 그는 “우리의 우선 순위는 두 개의 종탑을 구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두 개 모두 구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윗쪽에서 발화가 시작돼 언제든 성당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었다며 “책상머리에 앉아 비평하는 이들은 화재 속도를 늦추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다고 말했지만 현장에서는 힘든 선택들이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달고 시장은 “문화재 큐레이터들은 성당 건물의 각 방에 어떤 중요한 문화재가 있고, 위급상황시 어떤 것을 먼저 구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빛을 발한 것은 소방관, 경찰, 시 공무원, 성직자 등으로 구성된 인간 사슬이었다. 이달고 시장은 “200m가 넘는 인간 사슬이 만들어졌으며 수십 여 점의 유물이 이 사슬을 따라 안전한 곳으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노트르담의 최고 행정 성직자인 파트릭 쇼베 몬시뇰 신부는 “이들은 목숨을 걸고 귀중한 보물을 구했다”고 기자회견에서 설명했다.

장 마르크 푸르니에 신부는 인간 사슬의 가장 끝, 불길의 가장 안쪽에 있었던 장본인이다. 파리 소방대 소속의 푸르니에 신부는 15일 노트르담 화재 현장에 자신이 직접 들어갈 수 있도록 허가를 요청했다.

파리 15구의 필리프 구종 청장은 “푸르니에 신부는 그렇게 뛰어들어가 ‘가시면류관’을 들고 나왔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프랑스 KTOTV에 따르면 푸르니에 신부는 예수그리스도가 쓴 것으로 알려진 가시면류관은 물론 그리스도 수난의 못 등 다양한 성물을 구해냈다.

파리시의 문화재 담당 공무원인 크리스토프 지라드도 인간 사슬에 참여한 사람 중 하나다. 지라드는 “당시 우리는 이식받을 심장을 운반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청 관계자는 “경찰들은 십자가를 지고 날랐고, 소방관들은 거대한 촛불과 탁자를 들고 나왔다”며 급박한 상황을 묘사했다.

뿐만 아니라 이들은 구해내 유물의 사진을 찍어 공유해, 화재 현장에서 구한 유물이 무엇인지, 앞으로 구해낼 것은 무엇인지 등을 빠르게 파악했다.

이렇게 밖으로 꺼낸 유물들은 대형 트럭 3대 분량에 달했다. 로랑 뉘네 내무부 차관은 “25~30분만 더 늦었어도 유물은 모두 소실됐을 것”이라며 “우리는 유물을 파리 15구청으로 옮겼다”고 말했다.

구청에서 근무하는 쥐스탱 엘뤼는 “역사적인 보물들이 사무실에 들어왔을 때 불타는 냄새는 맡을 수 없었다. 다만 커다란 샹들리에와 귀중한 그림들의 매혹적인 모습만 남아있었다”고 말했다.

행정당국의 빠른 판단으로 유물들은 몇 시간 만에 다시 루브르 박물관으로 이동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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