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러 병력, 베네수엘라서 나가라”… 러 “파병 아닌 협력 일환”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4월 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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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군 100명 파견 놓고 설전
트럼프 “이런 사태 고치고 말겠다”… 볼턴 “군사력 배치 엄중 경고”
러 “군사적 행위 근거없는 추측”… 현지 헬기조종사 훈련센터 열어

미국과 러시아가 ‘한 나라, 두 대통령’으로 분열된 베네수엘라 사태에 깊숙이 개입하며 정면충돌하고 있다.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에 병력을 파견하자 미국이 철수를 요구하는 등 양측 모두 한 치도 물러서지 않으며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미 백악관은 지난달 29일 성명을 내고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을 지원해온 러시아가 23일 군인 100여 명과 물자를 실은 수송기 2대를 현지에 보낸 것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지역 안보의 직접적인 위협”이라며 “서반구 바깥 외부세력이 베네수엘라에 군사력을 배치하는 데 엄중 경고한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7일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베네수엘라에서) 나가야 한다”며 “사태 처리를 위한 모든 옵션이 열려 있다. 이전 행정부는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놔뒀지만 나는 고치겠다”고 말했다. 엘리엇 에이브럼스 베네수엘라 주재 미국대사도 29일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의 S-300 지대공 미사일 방어 시스템을 돕고 있는 것과 관련해 “대가를 치를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최근 러시아 군수송기와 중국의 의료품 지원기가 베네수엘라에 들어가면 미국이 베네수엘라 사태의 주도권을 잃을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러시아는 병력 파견이 군사적 행동이 아니라 군사 협력 협정의 하나일 뿐이라고 선을 그으며 반박했다. 마리아 자카로바 러시아 외교부 대변인은 30일 “전문가들을 보낸 것은 파병이 아니다. 러시아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적 행동’을 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추측”이라고 주장했다. 러시아는 친(親)마두로 행보를 이어가며 미국과 대립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은 국영기업 로스텍 산하 무기거래업체인 로소보로넥스포르트가 베네수엘라에 헬기조종사 훈련센터를 열었다고 30일 보도했다. 훈련센터는 베네수엘라 조종사들에게 마약 단속과 생태조사, 구조 등 분야에 활용될 러시아 헬기의 조종법을 교육한다.

베네수엘라 내부 갈등도 끊이지 않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지난달 28일 회계기록 부정 혐의를 들어 과이도 국회의장에 대해 15년간 공직 출마를 금지했다. 감사원은 2월부터 과이도 의장을 상대로 회계 감사를 벌여왔다. 이에 과이도 의장은 “감사를 임명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은 합법적인 국회뿐이라 정당성이 없다”며 일축하고 마두로 정권 퇴진 운동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베네수엘라에선 지난달에만 대규모 정전이 3번 발생했고, 이에 분노한 시민들이 거리에 나왔다. 마두로 정권은 미국 등 서방 국가들이 발전시설을 파괴해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했다고 주장한 반면 과이도 의장은 정전 등의 이유로 마두로가 물러나야 한다고 맞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 베네수엘라 사태 해결과 관련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및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논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타스통신은 크렘린 정보원을 인용해 “아직 백악관에서 어떤 요청도 들어오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러시아#병력#베네수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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