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백악관이 4월 한미 정상회담 개최 사실을 확인하면서 한미 동맹을 ‘린치핀(linchpin·핵심축)으로 지칭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한동안 쓰지 않았던 이 표현을 다시 언급해 일각에서 제기한 한미 공조 약화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뜻으로 해석된다.
백악관은 28일(현지 시간) 성명을 내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멜라니아 여사가 4월 11일 백악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를 환영할 것”이라며 “한미 동맹은 한반도 및 지역 내 평화와 안전의 린치핀으로 남아있다. 이번 방문은 이 동맹과 양국 우정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은 핵심 동맹국을 뜻하는 ’린치핀‘을 주로 미일 동맹에 사용해 왔고 버락 오바마 정권은 일본을 ’주춧돌(cornerstone)‘로 칭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2010년 6월 캐나다 주요 20개국(G20) 정상회담서 처음 한미 동맹을 ’린치핀‘으로 불렀다. 오바마 정권 내내 이 표현이 등장했으나 트럼프 정권 출범 후 빈도가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로버트 팔라디노 부대변인은 양국 관계를 ’철통같다(iron-clad)‘고 표현했다.
이런 상황에서 백악관이 ‘린치핀’이란 용어를 다시 꺼내든 것은 최근 한미 공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비판을 차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2월 말 북-미 정상회담이 결렬된 후 우리 정부가 비핵화 개념과 방식, 남북경협 추진 등을 놓고 잇따라 미국 측과 엇박자를 내자 미 정계와 의회에서 양국 관계의 이상 기류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백악관은 또 “두 정상이 북핵 관련 문제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혀 비핵화 협상 과정에서 ’촉진자‘ 역할을 자처해 온 문재인 대통령에 힘을 실었다. 북-미 대화의 교착 상태를 뚫어낼 돌파구를 한국과 함께 찾겠다는 뜻을 강조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대북 강경파 참모들의 강한 경계와 만류에도 불구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만나기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이날 3차 정상회담 가능성을 내비치며 “너무 머지않은 시기에 (두 지도자간 만남의) 다음 번이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그간 우리 정부가 북한에 대한 ’당근‘으로 검토해온 남북경협 사업에 대한 미국의 동의를 얻어낼 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 관계자들은 완전한 비핵화 전까지 기존 제재가 유지돼야 한다는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이날 폼페이오 장관도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안을 계속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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