伊포퓰리즘에 제동 건 EU… 예산안 사상 첫 승인 거부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10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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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GDP 2.4% 적자안 제출하자 EU집행위 “채무통제 방침 어긋나”
伊 “단 1유로도 못뺀다” 거센 반발… 伊국채금리 상승 등 금융시장 요동

유럽연합(EU)이 6월 출범한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가 제시한 첫 예산안에 대해 승인을 거부했다. 이탈리아가 예산안 ‘수정 불가’를 외치며 맞서고 있어 유럽뿐 아니라 글로벌 경제에 불안 요소가 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는 23일 “이탈리아의 내년 예산안이 채무통제 방침에 어긋난다”며 승인을 거부했다. 발디스 돔브로프스키스 EU 집행위 부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이탈리아 정부에 수정 예산안 제출을 요구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이 없었다”며 “이제 공은 이탈리아 코트로 넘어갔다”고 이탈리아를 압박했다. EU가 회원국 예산안을 거부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지금 이탈리아의 빚은 국민 1인당 3만7000유로(약 4810만 원)에 달한다”며 “이탈리아가 제안한 예산안이 현실화되면 이탈리아의 대출자와 회사들은 감당할 수 없는 이자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탈리아는 내년도 재정적자 목표치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2.4%로 정한 예산안을 15일 EU에 제출했다. 이전 민주당 정부가 약속한 비율(0.8%)의 3배인 재정적자를 감수한 지출 확대 예산이다.

이는 극좌 오성운동과 극우 동맹당의 포퓰리즘 정부가 총선 공약이었던 기본소득 도입, 복지 확대, 단일세율 도입을 통한 감세를 현실화하기 위한 선택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공약을 지키려면 170억 유로(약 22조1000억 원)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EU는 이미 이탈리아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이 130%에 이르는 상황에서 유로존의 안정성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는 이번 예산안을 결코 승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U가 회원국에 권고하는 부채 비율은 GDP 대비 60%다.

전례 없는 EU의 결정에 이탈리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동맹당 대표 마테오 살비니 부총리는 “이탈리아는 예산에서 1유로도 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주세페 콘테 총리는 “우리 예산은 즉흥적으로 만들어진 게 아니기 때문에 수정은 상식에 맞지 않는다”면서도 “EU의 비판과 각종 데이터, 성장률 등을 평가해 보겠다”고 말했다.

EU는 이탈리아 정부에 3주 안에 새 예산안을 낼 것을 요구했다. 이탈리아가 수정안을 내지 않으면 GDP의 0.2%에 해당하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EU와 이탈리아 정부의 충돌로 글로벌 경제시장의 불안은 커지고 있다. 이날 EU의 예산안 승인 거부 발표 후 10년 만기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3.42%에서 3.57%로 올랐다. 그러잖아도 이탈리아와 독일의 국채금리 격차는 최근 5년 내 최고 수준으로 벌어져 있다. 앞서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는 이탈리아 예산안에 우려를 나타내며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투기 등급 직전에 해당하는 Baa3단계로 낮추기도 했다.

EU와 이탈리아 포퓰리즘 정부의 이번 충돌은 내년 5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힘겨루기 성격이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파리=동정민 특파원 ditto@donga.com
#이탈리아#포퓰리즘#e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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