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내부자’에서 조폭 출신으로 거대한 정치 커넥션에 복수를 하는 이병헌이 검사로 분한 조승우에게 한 말이다.
모히또는 칵테일의 일종이고, 몰디브는 인도양의 섬나라이다. 따라서 “몰디브에 가서 모히또나 한잔 할까?”가 바른 표현이다. 그런데 모히또에 가서 몰디브를 마신다고 했다. 어떻게 나라를 마실 수 있을까? 작가가 심어 놓은 유머 코드일 터다.
이 대사는 영화의 흥행과 함께 공전의 히트를 기록해 한국 영화사상 명대사 중 하나로 지금도 회자되고 있다.
그 몰디브가 외신의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다. 예상을 깨고 야당 후보가 현 대통령을 꺾고 당선됐기 때문이다. 몰디브 대선에서 야권 연합 후보인 이브라힘 모하메드 솔리(54)가 현 대통령을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이변이 연출된 것.
25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은 솔리 후보가 대선투표에서 13만4천616표(58.3%)를 얻어 9만6천132표(41.7%)를 획득한 압둘라 야민 현 대통령을 누르고 새로운 대통령에 당선됐다고 보도했다.
사실 이건 큰 뉴스가 아니다. 진짜 뉴스는 몰디브의 대선 결과가 인도양을 두고 펼쳐지는 중국과 인도의 패권싸움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인도양에 있는 몰디브는 인구 44만 명에 불과한 작은 섬나라로 관광으로 먹고 산다. 지정학상 원래 인도의 영향권 아래 있었다. 인도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상권을 인교(인도 해외교포)들이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나 중국이 일대일로를 추진하며 아프리카 개척을 위해 몰디브에 엄청난 공을 들여 몰디브를 중국의 영향권 아래 두게 됐다. 반대편에 있는 스리랑카와 비슷한 경우다.
중국은 일대일로를 추진하면서 아프리카를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아프리카에 600억 달러의 추가 인프라 투자비용을 제공하는 등 아프리카 개척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로써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에 모두 약 2000억 달러를 쏟아 부었다.
몰디브는 아프리카 동쪽에 위치해 중국의 아프리카 개척의 전초기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중국의 투자는 효과를 거두었다. 친중 성향의 야민 현 대통령은 그간 경제 개발과 중국 지원을 통한 인프라 건설 등을 추진했다. 야민 대통령 재직 중 몰디브는 중국으로부터 모두 13억 달러(1조4514억원)의 차관을 빌렸다. 이는 몰디브 국내총생산의 4분의 1에 해당한다.
반면 이번에 대통령에 당선된 솔리 후보는 민주주의 회복과 부패척결 등을 약속했다. 그는 야민 대통령과 달리 인도와 서방 국가에 우호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솔리 후보는 대선 캠페인 당시 중국의 인프라 투자로 몰디브가 빚의 수렁에 빠질 수 있다며 이전 정부의 친중노선을 비판했다. 그는 당선되면 중국의 인프라 투자를 재조정할 것이라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그의 공약이 지켜질 지는 미지수다. 현재 몰디브는 중국의 투자와 관광객으로 먹고 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국인 몰디브 관광객은 30만 명이었다. 이는 몰디브 인구의 70%에 해당하는 수치다.
전문가들은 새로 대통령에 당선된 솔리 후보가 친인도 친서방 노선을 걷는다 해도 중국의 영향력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을 것이며, 이미 경제가 중국에 예속되다시피 한 상황에서 현실적인 접근을 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웃인 스리랑카는 중국의 빚더미에 발목이 잡히자 중국 친화적인 현 정부를 전복하는 대신 스리랑카의 중요한 항구인 함반토타 항구를 중국에게 99년간 조차하는 조건으로 빚을 탕감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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