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결함 인정했던 남자 위해 울고 있다” 그레이엄, 눈물의 매케인 추모사

  • 동아일보
  • 입력 2018년 8월 29일 16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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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지 그레이엄 미 상원의원, 절친 고 존 매케인 의원을 향한 눈물의 추도사
“존은 우리에게 ‘지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
대선 패배에 대한 아름다운 승복은
‘자신이 상처 받은 순간 국가를 치유한 명장면’

“그는 실패를 많이 했지만, 절대 그만두지 않았습니다. 오늘 우리가 그에 대해 이야기하고, 제가 지금 눈물을 흘리는 이유는 그는 많은 실패에도 불구하고 성공했기 때문입니다.”

28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상원 회의장. 공화당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 서있던 연설대의 오른쪽 책상은 검은 벨벳 천으로 덮여있었다. 주인을 잃은 책상 위엔 흰색 장미가 꽂힌 화병이 놓여 있었다. 그레이엄 의원은 막역한 동료였던 존 매케인 상원의원이 생전에 앉아 토론을 벌였던 그 책상 옆에 서서 ‘눈물의 추도사’를 읽어 내려갔다.

“(추도사에 대해) 고민했고, 두려워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추도사를) 시작하려 합니다.”

잠긴 목소리로 어렵게 말문을 뗀 그레이엄 의원은 “전혀 즐거운 기분이 아니지만 재밌게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며 매케인 의원이 했던 ‘터무니없는 농담’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이 차고 온 해군 사관학교 넥타이를 가리키며 “생전에 매케인은 ‘린지, 당신이 나와 같이 해군 사관학교를 다녔다면 내가 뒤에서 5등이 아니라 6등이었을 것’이라고 농담했다”며 “매케인은 좋아하는 상대에게 그만큼 창피를 주곤 했다”고 말했다.

그는 매케인 의원과 함께 그가 5년 반 동안 수감되어 있었던 베트남 하노이 수용소를 찾았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수용소 벽에는 수감자들이 배구를 하고, 선글라스를 쓰고 햇빛 아래 앉아있는 사진들이 붙어있었다”며 “나는 ‘존, 그때 그렇게 나쁘진 않았나 보네요’라고 농담했더니 매케인은 ‘나는 그렇게 기억하지 않는다’고 웃으며 대답했다”고 전했다.

추모사 중 눈물을 보인 그는 “나는 완벽했던 남자를 위해 우는 것이 아니라 고결했으며, 항상 자신의 결함을 기꺼이 인정했던 한 남자를 위해 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매케인의 삶에서 배운 것 중 하나는 사람들에게 ‘내가 망쳤다’고 말해도 괜찮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존은 우리에게 ‘지는 방법’을 가르쳐 줬다”며 2008년 매케인 의원이 공화당 대선 후보로 나섰을 때 오바마 당시 민주당 후보에게 패배를 승복하며 했던 대선날 밤 연설을 언급했다. 그는 “그날 밤 ‘오바마 후보가 이제 나의 대통령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상처를 받은 그 순간에 국가를 치유했다”며 “나 자신이 다치는 것보다 대의가 더 훌륭하다는 것을 배웠다”고 덧붙였다.

그레이엄 의원은 “당분간 외로운 여행을 하게 될 것 같다”며 “존이 떠나 생긴 공백은 내가 채울 수 있는 것 이상”이라며 고인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이어 “당신이 조국을 돕고 싶다면 존 매케인처럼 행동하라”며 “우리 마음속엔 모두들 ‘작은 존 매케인’이 살고 있고, 작은 존 매케인들이 모여 조국을 더 훌륭한 나라로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추모사를 마무리했다.

위은지 기자 wiz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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